괴담 데이트: 그날 밤의 약속
"모든 세 번째 데이트마다 한 쌍의 연인이 사라진다"는 괴담을 들은 건 정확히 준영과의 세 번째 데이트 전날이었다. 도시의 낡은 놀이공원에서 자정에 관람차를 타면 돌아오지 못한다는 이야기. 준영은 그 괴담을 농담처럼 전했고, 나는 웃어넘겼다. 하지만 그날 밤, 베개 밑에서 울린 문자 소리에 잠에서 깼을 때, 준영의 제안은 단순한 장난으로 들리지 않았다.
"내일 밤, 옛 놀이공원에서 만나자. 관람차 앞에서. 11시 50분."
가을의 마지막 밤, 나는 폐허가 된 놀이공원의 녹슨 철문 앞에 섰다. 달빛이 깨진 창문에 반사되어 기괴한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발아래로 마른 낙엽이 바스락거렸고, 멀리서 들려오는 녹슨 체인의 삐걱거림이 바람을 타고 왔다. 폐장한 지 오래된 공원을 왜 찾아왔는지,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었다. 호기심? 도전 정신? 아니면 준영에 대한 마음?
관람차는 예상보다 거대했다. 달빛에 반짝이는 하얀 페인트가 벗겨진 채 서 있는 거대한 원형 구조물. 시간을 확인했다. 11시 55분. 준영은 보이지 않았다.
"와줬구나."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나는 깜짝 놀라 돌아섰다. 준영이 아니었다. 낯선 노인이 미소를 지으며 서 있었다. 구석진 부스에 앉아 있던 그는 천천히 일어나 관람차 게이트를 열었다.
"탑승하시겠습니까? 특별한 밤을 위한 특별한 여행입니다."
휴대폰을 확인했다. 신호가 없었다. 주변은 고요했고, 더 이상 바람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그때 관람차 뒤에서 준영이 나타났다. 그의 눈에서 평소와는 다른 무언가가 느껴졌다.
"늦지 않았네. 함께 타자." 준영의 목소리는 묘하게 메아리처럼 울렸다.
이상한 예감에 뒷걸음질 치려는 순간, 준영이 내 손목을 잡았다. 차갑게 식은 그의 손에서 온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놀람과 공포에 얼어붙은 나를 그가 관람차로 이끌었다.
"우리 같은 사람들이 많았어," 준영이 낮게 속삭였다. "오래전부터, 세 번째 데이트를 하는 연인들은 이곳으로 이끌려 왔어. 괴담은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었어, 호명이었지."
관람차 안으로 들어서자, 나는 깨달았다. 각 좌석마다 사람들이 앉아있었다. 움직이지 않는, 미소를 띤 얼굴들. 모두 다른 시대의 옷을 입고 있었지만, 그들의 눈은 똑같이 공허했다. 그들 사이에서 준영의 얼굴이 서서히 변했다. 피부 아래로 수십 개의 얼굴이 일렁이는 것 같았다.
자정의 종소리가 울리기 시작했을 때, 관람차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때 깨달았다. 이 관람차는 올라가기만 하고, 결코 내려오지 않는다는 것을. 준영의 휴대폰에서 새로운 메시지 알림이 울렸다. 화면에는 다음 날의 데이트 상대에게 보낼 동일한 메시지가 준비되어 있었다.
"내일 밤, 옛 놀이공원에서 만나자. 관람차 앞에서. 11시 5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