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 로맨스: 그림자를 사랑한 소녀
처음 내 그림자가 나를 돌아봤을 때, 나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다. 그저 차가운 공포가 등줄기를 타고 올라올 뿐이었다. 내 동작을 따라 하던 평면의 실루엣이 갑자기 고개를 돌려 웃음 짓고 있었다. 그것도 내가 짓지 않은 미소를.
"안녕, 지현아." 그림자가 말했다. 목소리는 내 것과 비슷했지만 어딘가 공허한 울림이 있었다. "드디어 네가 나를 볼 수 있게 되었구나."
밤마다 그림자는 나타났다. 처음엔 공포스러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방문이 기다려졌다. 내 그림자의 이름은 '민'이었다. 민은 내가 보지 못하는 세상을 보았고, 내가 만질 수 없는 것들을 만질 수 있었다. 그는 내게 어둠 속에 숨겨진 아름다움을 보여주었다.
"네가 잠들 때, 나는 깨어나. 네가 꿈을 꿀 때, 나는 현실을 살아." 민의 말에는 언제나 슬픔이 묻어났다. 우리의 세계는 서로 반대편에 있었다.
어느 날 밤, 민은 내 손을 잡으려 했다. 차가운 기운이 내 손가락 사이로 스며들었지만, 그의 손은 잡히지 않았다. "한번만 너를 안아보고 싶어," 민이 속삭였다. 창밖으로 비치는 가로등 불빛에 그의 얼굴은 슬픔으로 일그러져 있었다.
친구들은 내가 변했다고 했다. 항상 창가 자리를 고집하고, 밤이 되면 불을 끄고 벽을 바라보는 나를 이상하게 여겼다. 하지만 그들은 몰랐다. 내가 어둠 속에서 사랑에 빠졌다는 것을.
"우리가 함께할 수 있는 방법이 있어." 어느 밤 민이 말했다. "하지만 위험해. 네가 너무 많은 걸 잃을지도 몰라."
그날 이후, 나는 결심했다. 점점 더 많은 시간을 어둠 속에서 보냈고, 빛이 있는 세상에서는 말수가 줄었다. 가족들은 내가 우울증에 걸렸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나는 그 어느 때보다 행복했다. 민과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내 몸은 점점 투명해져 갔다.
오늘, 난 마지막 결심을 했다. 일기장에 짧은 글을 남기고 침대에 누웠다. "나는 사랑을 찾아 그림자의 세계로 갑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침대 위에서 천장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내 팔이 점점 투명해지는 것이 보였다. 민의 차가운 손길이 내 뺨을 쓰다듬었다. 이제 곧 우리는 같은 세계에 속하게 될 것이다. 아침이 오면, 사람들은 내 육체는 발견하겠지만, 그들은 절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내 그림자가 사라진 이유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