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 맛집: 비올 때 문을 여는 그곳
빗소리가 창문을 두드릴 때마다 그 식당의 간판이 빨갛게 켜진다는 소문이 있었다. 평소엔 늘 문이 닫혀 있는 '밤의 식탁'이라는 그곳은 오직 비가 내리는 밤에만 영업을 한다고 했다. 나는 도시 괴담을 모으는 취미가 있어서,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반드시 방문해봐야겠다고 결심했다.
오늘밤, 장맛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우산을 들고 골목길을 따라 걷는데, 빗방울이 아스팔트에 부딪히는 소리가 마치 누군가의 속삭임처럼 들렸다. 지도상에는 존재하지 않는 그 식당을, 나는 반쯤은 의심하며 찾아 나섰다. 그러다 갑자기 눈에 들어온 붉은 네온사인—'밤의 식탁'.
문을 열자 따뜻한 공기와 함께 고소한 음식 냄새가 코를 찔렀다. 의외로 손님들로 북적였다. 하지만 자세히 보니 모든 손님들의 옷이 하나같이 젖어있었고, 그들의 얼굴은 어딘가 창백했다. 흐릿한 조명 아래 그들은 말없이 음식을 먹고 있었다.
"처음 오셨군요," 갑자기 나타난 노파가 말했다. "특별한 메뉴를 추천해 드릴까요?"
메뉴판에는 글자가 없었다. 대신 흐릿한 얼굴들의 사진만 있었다. 당황스러워하는 나에게 노파는 미소를 지으며 속삭였다. "걱정 마세요. 손님이 원하시는 것이 무엇인지 저희가 더 잘 알고 있으니까요."
잠시 후, 노파는 하얀 접시를 가져왔다. 그 위에는 어린 시절 할머니가 해주시던 것과 똑같은 고기전이 놓여 있었다. 15년 전 돌아가신 할머니의 요리를 정확히 재현한 맛이었다. 한 입 베어 물자마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어떻게 이걸...?" 내가 묻자 노파는 단지 미소지을 뿐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하려는데, 노파가 고개를 저었다. "손님이 지불할 것은 따로 있어요." 그러곤 작은 유리병을 내밀었다. "소중한 추억 하나만 주세요. 할머니와의 기억 중에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요."
순간 오한이 들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다른 손님들의 얼굴이 점점 더 흐릿해 보였다. 그제서야 깨달았다—이들은 모두 추억을 팔아 음식을 먹은 사람들이었다.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지만, 이미 내 몸은 움직이지 않았다. 할머니와 함께했던 어느 여름날의 기억이 마치 필름처럼 내 눈앞에서 재생되기 시작했다.
그날 밤, 나는 식당을 나왔다. 비는 그쳤고, 거리는 고요했다. 집으로 돌아와 문을 열자, 할머니와 함께했던 그 여름날의 기억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런 기억이 있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그저 가슴 한편이 비어있는 듯한 느낌만 남았다.
가끔 비가 오는 밤이면, 어딘가에서 고기전 냄새가 나는 것 같다. 그리고 누군가가 내 이름을 부르는 것 같기도 하다. 그 식당에 다시 가고 싶지만, 어디에 있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단지 확실한 것은, 내가 잃어버린 무엇인가를 그곳에서 다시 맛볼 수 있다는 것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