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괴담: 지하실의 속삭임
형광등이 불규칙하게 깜빡이는 병원 복도를 걸을 때마다 나는 항상 뒤에서 누군가 따라오는 소리를 듣는다. 돌아봐도 아무도 없지만, 발자국 소리는 분명했다. 간호사로 밤 근무를 시작한 지 3개월, 하지만 이런 일은 처음이었다.
"김 간호사, 402호 환자 상태 점검하고 지하 보관실에서 약품 좀 가져다줘." 수간호사의 지시는 단호했다. 지하? 10년 넘게 폐쇄되었다는 그 지하실? 병원에서는 공식적으로 리모델링 중이라고 했지만, 선배 간호사들 사이에서는 지하실에 대한 온갖 괴담이 돌고 있었다.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자 '지하 1층' 표시등만 깜빡거렸다. 문이 열리고, 차가운 공기가 얼굴을 스쳤다. 발을 내딛는 순간, 엘리베이터 불이 꺼졌다가 다시 켜졌다. 퀴퀴한 약품 냄새와 함께 알 수 없는 달콤한 향기가 코를 찔렀다. 지하실은 예상보다 깨끗했지만, 너무 조용했다. 내 발소리만이 텅 빈 공간을 채웠다.
보관실 문 앞에 섰을 때, 안에서 들려오는 속삭임을 들었다. "도와줘..." 희미한 여자 목소리였다.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거기 누구세요?" 대답 대신 문이 천천히 열렸다. 빈 방. 당황스러웠지만, 서둘러 약품을 찾아 선반을 살폈다.
그때였다. 차가운 손이 내 어깨를 툭 쳤다. 몸이 굳어버렸다. 뒤돌아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냥... 알려주고 싶었어..." 목소리는 이제 내 귓가에 바짝 붙어있었다. "여긴 약품 보관실이 아니야. 영안실이었어..."
경직된 다리를 겨우 움직여 뒤를 돌아보니, 창백한 얼굴의 소녀가 서 있었다. 병원 가운을 입은 그녀의 목에는 선명한 붉은 선이 그어져 있었다. "10년 전, 내가 죽은 곳이야. 그들이 나를 죽인 후 모든 걸 숨겼어. 이 방의 진실을..." 소녀는 벽을 가리켰다.
경악 속에서 선반을 밀어보니 숨겨진 문이 나타났다. 그 안에는 오래된 의료 차트와 사진들이 있었다. 모두 10년 전 기록들이었고, '비승인 약물 실험' 폴더가 눈에 띄었다. 손이 떨렸다. 사진 속에는 소녀를 포함한 여러 어린 환자들이 있었고, 담당 의사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 지금의 병원장.
갑자기 들려오는 엘리베이터 소리. 누군가 내려오고 있었다. "빨리... 그들이 오고 있어... 진실을 알려야 해..." 소녀의 목소리가 다급했다. 증거를 모아 주머니에 넣었다. 뒤돌아보니 소녀는 이미 사라져 있었다. 다만 벽에 희미하게 쓰여 있는 글만이 남아있었다: '숨겨진 목소리에 귀 기울여주세요.'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는 소리. 서둘러 뒷문으로 빠져나와 비상계단을 올랐다. 그날 밤 이후, 병원은 달라졌다. 아니, 정확히는 내가 달라졌다. 지하실에서 속삭이는 목소리들이 들리기 시작했으니까. 그들은 모두 진실을 말하고 싶어했다. 그리고 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세상에 전할 유일한 산 증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