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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보드게임

숙명의 보드게임 괴담

"룰을 깨는 순간, 게임이 당신을 깨뜨릴 것입니다." 먼지 쌓인 중고품 가게 구석에서 발견한 그 보드게임 박스에는 이 한 줄만 적혀 있었다. 낡은 나무 상자에서 풍기는 희미한 옻칠 향과 묵직한 무게감이 내 호기심을 자극했다. 고작 5천 원이라는 가격표가 붙어 있어서, 나는 별 생각 없이 그것을 구매했다.

집에 돌아와 상자를 열자, 내부는 놀랍도록 정교했다. 흑백으로 구분된 육각형 타일들과 검은 옥처럼 빛나는 말들, 그리고 오래된 양피지 같은 질감의 규칙서. 배경 설명은 없었고, 오직 게임 방법만 간결하게 적혀 있었다. "혼자서만 플레이하십시오. 끝까지 진행하십시오. 중간에 포기하지 마십시오."

나는 웃으며 게임을 펼쳤다. 룰은 단순했다. 주사위를 굴려 말을 움직이고, 도착한 칸의 지시를 따르면 됐다. 첫 번째 칸에 도착하자 규칙서에 없던 글씨가 타일에 나타났다. "당신이 가장 후회하는 일은?" 장난스럽게 대답했다. "대학 전공 선택이요." 그 순간, 창밖에서 무언가 스치는 소리가 들렸다.

다음 칸으로 이동하자 새로운 질문이 떠올랐다. "당신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망설이다 대답했다. "혼자 죽는 것." 그 순간 방 안의 전등이 깜빡였고, 어딘가에서 시계가 멈추는 소리가 들렸다.

게임이 진행될수록 질문은 더 개인적이고 불편해졌다. "당신이 절대 말하지 않은 비밀은?"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배신한 순간은?" 각 대답 후에는 이상한 현상이 일어났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잠시 다른 사람처럼 보이거나, 스마트폰에 없던 사진이 갑자기 등장했다.

공포에 질려 게임을 접으려는 순간, 마지막 타일에서 붉은 글씨가 번졌다. "게임을 끝내지 않으면, 게임이 당신을 끝내게 됩니다." 손이 떨렸지만, 나는 계속했다.

마침내 마지막 칸에 도달했을 때, 타일 위에는 아무 글자도 없었다. 대신 보드 전체가 거울처럼 변해, 그 안에 내 얼굴이 비쳤다. 그러나 그건 내가 아니었다. 그것은 내가 게임 동안 말했던 모든 비밀과 두려움, 후회로 일그러진 또 다른 나였다.

다음 날 아침, 나는 보드게임을 다시 중고품 가게로 가져갔다. 주인은 내 얼굴을 보더니 씁쓸하게 웃었다. "다들 그렇게 돌아옵니다." 그가 말했다. "하지만 이미 늦었죠. 당신은 게임을 끝냈고, 이제 게임이 당신 안에 있습니다."

가게를 나서는 순간, 주머니에서 육각형 타일 하나가 느껴졌다. 꺼내 보니 그것은 거울 같은 타일이었고, 그 안에 비친 내 얼굴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하지만 그 미소는 내 것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