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 생존: 귓속말의 진실
귓속에서 속삭이던 목소리가 현실이 된 것은 단 하룻밤 만에 일어났다. 사흘 전부터 귓가에 맴돌던 그 저음의 속삭임. "위험해. 곧 모두 사라질 거야. 준비해." 난 미쳐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내 귀에만 들리는 목소리라니.
그날 밤, 기숙사 창문 너머로 보이는 캠퍼스가 순식간에 바뀌었다. 멀리서 들려오던 비명소리, 갑자기 꺼진 도시의 불빛들, 그리고 쏟아지는 별빛 아래 움직이는 기괴한 그림자들. 그 모습들이 환각이라고 자신을 설득하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5분. 내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릴 때까지였다.
"문 열지 마." 귀속 목소리가 또다시 울렸다. 나는 숨을 죽이고 침대 밑으로 몸을 숨겼다. 문고리가 격렬하게 돌아갔다. 흙냄새와 철 녹슨 듯한 비릿한 향기가 문틈으로 스며들었다. 누군가... 아니, 무언가가 내 방 앞에 서 있었다.
휴대폰은 먹통이었고, 인터넷도 끊겼다. 창밖은 이제 완전한 어둠뿐이었다. 귀에서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지하실. 비상구. 열쇠는 노란 꽃병 안에." 미쳤다고 생각하면서도 나는 그 말을 따랐다. 기숙사 사감실에 있는 노란 꽃병에서 정말로 열쇠를 찾았을 때,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지하실에는 이미 다섯 명의 학생들이 모여 있었다. 그들 모두 귀에서 목소리를 들었다고 했다.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무언가 우릴 선택했다.
"왜 우리지?" 누군가 물었다.
"어릴 적 들었던 괴담을 기억해?" 차분한 목소리로 민지가 말했다. "귓속말 괴담. 죽음의 문턱에서 돌아온 사람들에겐 다른 차원의 목소리가 들린다는 이야기."
모두가 얼어붙었다. 그리고 각자의 기억이 떠올랐다. 초등학교 때 익사했다 살아난 나, 고등학생 때 교통사고로 심장이 멈췄던 민지, 그리고 다른 이들도 각자의 죽음의 경험이 있었다.
"어쩌면..." 내가 목소리를 떨며 말했다. "우리는 이미 죽어서 저세상에 왔는지도 모른다."
그때 지하실 문이 천천히 열렸다. 들어온 건 기숙사 사감이었다. 그녀의 눈에서 검은 액체가 흘러내렸다. "드디어 찾았구나, 우리의 마지막 생존자들."
우리는 벽에 등을 기댔다. 그리고 귓속에서 목소리가 마지막으로 들렸다. "눈을 감아. 이건 시작일 뿐이야." 눈을 감자, 우리가 있던 지하실은 더 이상 같은 곳이 아니었다. 우리는 이제 새로운 세계의 첫 번째 생존자들이었다. 그리고 이 세계에서는, 귓속말이 가장 진실된 소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