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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썸타기

괴담의 썸타기: 공포와 사랑 사이

병원 복도 끝에서 여자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간호사가 아니었다. 환자도 아니었다. 그녀는 달빛에 흔들리는 커튼처럼 희미하게 떨리고 있었고, 얼굴은 내가 알고 있는 누군가를 닮았다.

"민지야?" 목소리가 떨렸다. 기억 속의 그녀와 너무 닮아 있었다. 대학 시절 내가 용기 없이 고백하지 못했던 그 여자. 그녀는 미소를 지었고, 그 미소가 병실의 온도를 영하로 떨어뜨렸다.

3주 전부터 이 병원에서 밤 근무를 시작했다. 간호사들 사이에서는 12층 서쪽 병동에 관한 이야기가 돌았다. 죽은 여자가 환자들에게 나타난다는 이야기. 나는 그런 괴담을 믿지 않았다. 지금까지는.

"기다렸어." 그녀의 목소리는 깨진 유리 조각을 긁는 것 같았다. 나는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그녀는 한 걸음 다가왔고, 형광등이 깜빡였다. 그 순간 그녀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다시 민지의 얼굴로 돌아왔다.

"우리 사이 어떻게 된 거지?" 그녀가 물었다. 내 심장이 귓가에서 울렸다. 대학 시절 민지와 나는 애매한 관계였다. 데이트는 했지만 연인은 아니었다. '썸'이라고 부르기에도 모호했다. 마지막으로 본 건 졸업식 날, 그녀가 다른 남자의 손을 잡고 있을 때였다.

"당신... 민지 아니잖아." 내가 말했다.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검은색이었다.

"너도 알고 있었구나. 우리가 그냥 '썸'만 타고 있었던 거라는 걸." 그녀의 말에 복도의 온도가 더 내려갔다. "네가 날 사랑했다면, 내가 그날 뛰어내리지 않았을 텐데."

심장이 멈추는 것 같았다. 민지가 자살했다는 소식은 들은 적이 없었다. 그녀는 뒤로 물러섰고 벽을 통과해 사라졌다. 다음 날 나는 민지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다. SNS에는 여전히 그녀의 계정이 활성화되어 있었다. 살아있었다. 그러나 12층에서 몇 년 전 투신한 여성 환자에 대한 기록은 찾을 수 있었다.

그날 밤 다시 그녀를 만났다. 이번에는 달랐다. 그녀는 민지의 얼굴이 아니었다. "왜 그녀의 얼굴을 했던 거죠?" 내가 물었다.

유령은 슬프게 웃었다. "당신이 보고 싶은 사람의 얼굴을 하게 돼요. 특히 미완성된 감정이 있는 사람의." 그녀가 흐려지기 시작했다. "그 여자에게 연락해봐요. 아직 늦지 않았어요. 나처럼 되지 마세요... 평생 미련만 남긴 채."

다음 날, 오랜만에 민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오랜만이다. 커피 한잔할까?" 답장은 놀라울 정도로 빨리 왔다. "네가 먼저 연락할 줄은 몰랐어. 항상 기다렸는데." 스마트폰 화면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때로는 괴담 속에서도 새로운 시작이 찾아오는 법이다. 그리고 가끔은, 유령의 속삭임이 살아 있는 이들보다 더 지혜로울 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