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 애니메이션: 그림자가 살아있다
스튜디오 불이 꺼진 것은 새벽 세 시였다. 마지막 선화를 마친 나는 어깨를 펴며 모니터 속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바라보았다. 그때 캐릭터의 눈이 깜빡였다.
"착각이겠지." 나는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모니터를 껐다. 하지만 검은 화면에 비친 내 뒤편의 실루엣은 분명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었다.
이 프로젝트를 맡은 지 열흘째. '유령 이야기'라는 애니메이션 시리즈의 감독을 맡게 되었을 때만 해도 나는 기뻤다. 일본에서 전해 내려오는 괴담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이 작품은 내 경력의 전환점이 될 것이었다. 하지만 작업을 시작한 이후로 스튜디오에서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사소했다. 없어진 스케치북, 저절로 재생되는 녹음 파일, 그리고 밤마다 들려오는 희미한 속삭임. 동료들은 과로 때문이라며 농담 삼아 넘겼지만, 어젯밤 일 이후로는 아무도 웃지 않았다.
주연 캐릭터의 목소리를 맡은 성우가 녹음 도중 갑자기 쓰러진 것이다. 그녀의 목소리가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누군가가 자신의 목구멍을 타고 올라와 말하고 있다고 소리쳤다. 병원에 실려 갔지만 의사들은 아무런 이상을 찾지 못했다.
복도를 걸어 나가는데 벽에 걸린 원화들이 내 시선을 좇는 듯했다. 종이 위에 그려진 캐릭터들의 눈동자가 미세하게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손끝이 떨렸다. 우리가 창조한 이야기가, 아니면 우리가 각색한 괴담이 스튜디오에 스며들고 있는 걸까?
주차장으로 향하는 계단을 내려가며 핸드폰을 꺼내 봤다. 화면에는 방금 전 작업하던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이 멈춰 있었다. 내가 그런 파일을 열어본 적이 없는데도. 화면 속 유령은 정면을 응시하고 있었다. 나를 보고 있었다.
차에 올라타자마자 핸드폰을 대시보드에 던지듯 올려놓았다. 시동을 걸려는 순간, 백미러에 비친 뒷좌석에서 희미한 형체가 보였다. 애니메이션에서 내가 그린 바로 그 유령이었다. 숨이 멎는 것 같았다.
"우리를 실제로 만들어줘서 고마워." 귓가에 속삭임이 들렸다. "이제 우리는 네 세계로 건너올 수 있게 되었어."
다음 날 아침,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는 텅 비어 있었다. 모든 데스크톱에는 동일한 이미지가 띄워져 있었다 - 완성된 애니메이션의 마지막 장면. 하지만 스태프 롤에는 아무도 작업에 참여하지 않은 이름들이 나열되어 있었다. 그리고 창문을 통해 비치는 햇살 아래, 스튜디오의 모든 그림자는 이제 그들만의 생각을 가지고 움직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