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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여름

여름의 괴담: 시원한 그늘 아래서

대낮의 태양이 정수리를 찌를 때, 나는 그 소나무 아래로 발걸음을 옮겼다. 세상의 모든 그림자가 그토록 달콤해 보인 적은 없었다.

올해 여름은 유독 뜨거웠다. 아스팔트에서 김이 피어오르고, 매미 소리는 귀를 찢을 듯했다. 한낮의 공원은 거의 텅 비어 있었지만, 그 소나무만큼은 항상 사람들로 북적였다. 동네 사람들은 그 나무 아래가 이상하게 시원하다고 했다. 다른 나무들의 그늘과는 달리, 마치 에어컨 바람이 나오는 것처럼.

"저 소나무 밑에 가본 적 있어?" 새로 이사 온 내게 이웃집 아주머니가 물었다. "이 동네에서 가장 시원한 곳이야. 근데 해 질 녘엔 가지 마. 특히 혼자서는."

한낮의 열기를 피해 찾아간 소나무 아래는 정말로 놀라웠다. 피부에 닿는 바람은 선선했고, 숨쉬는 공기마저 달랐다. 다른 사람들도 땀을 식히며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한 시간쯤 책을 읽다가 문득 주변을 보니, 사람들이 하나둘 자리를 떠나고 있었다.

시계를 확인하니 오후 6시 반. 해가 기울기 시작하는 시간이었다. 잠시 더 있다 가려던 찰나, 누군가 내 어깨를 가볍게 건드렸다.

"이제 가셔야 해요." 노인의 목소리였다. 깊은 주름이 파인 얼굴, 그러나 눈빛만은 선명했다. "해가 지면 위험해요."

"소문은 들었어요. 하지만 정말 미신 아닌가요?"

노인은 쓸쓸히 웃었다. "1976년 여름, 내 동생이 이 나무 아래서 사라졌어. 그날도 이런 무더운 날이었지."

문득 내 주변으로 온도가 더 내려가는 것이 느껴졌다. 처음엔 기분 좋게 느껴졌던 시원함이 이제는 등골을 오싹하게 했다.

"소나무는 원래 이곳에 있던 게 아니야," 노인이 속삭이듯 말했다. "누군가 심었어. 옛날에 이 자리에 있던 건... 우물이었어."

그때였다. 발밑에서 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처음엔 작은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였다가, 점점 거세지며 물이 흐르는 소리로 변해갔다. 소나무 주변의 온도는 더욱 떨어졌고, 이제는 한겨울처럼 춥게 느껴졌다.

"시원함의 대가는 항상 있기 마련이지." 노인의 말에 고개를 들었을 때, 그가 사라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주변을 둘러보니 공원에는 나 혼자뿐이었다.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순간, 내 발목을 붙잡는 차가운 감촉. 아래를 내려다보니 맨발의 작은 발이 내 발목을 붙잡고 있었다. 물에 불어 하얗게 변한 피부, 푸른빛이 도는 입술.

올여름, 그 소나무는 여전히 동네에서 가장 시원한 장소로 남아있다. 그리고 나는 이제 그 시원함이 어디서 오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새로운 방문객들의 체온을, 그들의 숨결을, 그들의 생명을 빨아들이는 그 우물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