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여행 괴담: 무인역의 손님
기차가 멈춘 역에는 사람이 없었다. 세 시간 전부터 내리기 시작한 눈이 발목까지 쌓인 플랫폼 위로 나는 홀로 내렸다. 마지막 여행이라고 생각했던 이 여정이 이렇게 끝날 줄은 몰랐다.
역무원도, 기다리는 승객도 없는 이 산간 무인역. 스마트폰은 전파 한 줄 잡히지 않았고, 대합실의 전등은 깜빡이다 꺼졌다. 녹슨 난로만이 희미한 붉은 빛을 내뿜고 있었다. 창밖으로는 점점 거세지는 눈보라만이 세상의 끝을 알리는 듯했다.
"여기서 하룻밤 묵어가야겠군요." 내 말에 대답하는 것은 바람 소리뿐이었다.
대합실 구석의 오래된 벤치에 가방을 내려놓았다. 유품 정리를 위해 떠난 아버지의 고향 방문이 이렇게 끝날 줄이야. 주머니 속 진통제를 꺼내 삼키며 창밖을 바라봤다. 말기암 판정을 받은 후 마지막으로 선택한 여행. 아버지의 흔적을 더듬어 보려 했던 이 여정이 이렇게 막다른 곳에 다다를 줄은.
바람 소리 사이로 낮은 휘파람이 들려왔다. 누군가 '봄날은 간다'를 흥얼거리는 소리. 등골이 오싹해졌다. 대합실 문이 삐걱 열리며 흰 눈을 뒤집어쓴 노인이 들어왔다.
"아, 손님이 있었군. 오랜만이야."
노인은 마치 오래전부터 나를 기다렸다는 듯 미소지었다. 그의 얼굴에서 왠지 모를 친숙함이 느껴졌다.
"혹시 다음 기차는 언제 오나요?"
"기차?" 노인이 피식 웃었다. "여기 온 마지막 기차는 20년 전이었어. 자네가 타고 온 그 기차 말고는."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방금 전까지 타고 왔는데. 휴대폰을 확인하니 날짜가 이상했다. 오늘 날짜보다 정확히 20년 전이었다.
노인이 내 가방에 있는 오래된 사진을 발견했다. 아버지의 사진이었다.
"이 사람을 알아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노인은 사진을 가만히 들여다보더니 내 얼굴을 쳐다봤다. 그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내 아들이지. 떠나기 전날, 이 역에서 마지막으로 봤어."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 아버지는 항상 자신의 아버지가 그를 버리고 떠났다고 했다. 하지만 진실은 달랐던 걸까?
노인은 주머니에서 낡은 회중시계를 꺼냈다. 내가 아버지의 유품 중에서 가장 소중히 여기던 것과 똑같은 시계였다.
"자네가 내 손자인가 보군."
그 순간, 난로의 붉은 불빛이 강해졌다. 노인의 얼굴에 온기가 돌았다. 그의 주름진 손이 내 어깨에 닿았을 때, 갑자기 모든 고통이 사라졌다.
"여행은 여기서 끝이 아니야. 진짜 여행은 이제 시작이란다."
창밖의 눈보라가 멈추고 햇살이 비치기 시작했다. 내 몸은 이상하게 가벼워졌다. 노인과 함께 역을 나서는 순간, 플랫폼에는 또 다른 기차가 서 있었다. 이번에는 내가 떠나야 할 시간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두렵지 않았다. 마지막 여행이라 생각했던 이 길이, 실은 새로운 시작점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