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과 오컬트: 그림자가 속삭이는 밤
수명이 다 했다는 형광등이 깜빡일 때마다, 내 그림자는 내가 움직이지 않았는데도 벽을 타고 기어올랐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상속받은 시골집에서의 첫날밤, 나는 인터넷에 떠도는 오컬트 이야기들이 떠올라 웃음을 지었다. 도시에서 온 내게 시골의 적막은 그저 새로운 경험일 뿐이었다. 하지만 창밖에서 들려오는 바람 소리는 누군가의 신음처럼 들렸고, 마당의 늙은 나무는 달빛 아래 인간의 형상을 닮아가고 있었다.
"이런 분위기에서 괴담 같은 걸 믿게 되는 거겠지," 나는 중얼거리며 침대에 누웠다.
자정이 가까워질 때, 스마트폰 배터리가 100%에서 갑자기 0%로 떨어졌다. 충전기를 꽂았지만 반응이 없었다. 그때 방 구석에서 희미한 빛이 보였다. 할머니가 생전에 항상 앉아계시던 안락의자 위, 먼지 쌓인 상자 하나가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다.
손이 떨리며 상자를 열었다. 안에는 누렇게 변한 일기장과 이상한 문양이 새겨진 목걸이가 있었다. 일기장을 펼치자 할머니의 단정한 글씨체가 보였다.
"1976년 4월 8일, 오늘 의식을 진행했다. 그것이 오기로 했다."
나는 목걸이를 만지작거렸다. 차가운 금속이 손가락에 닿는 순간, 방 안의 공기가 무거워졌다. 숨쉬기가 어려웠다. 일기장의 마지막 페이지에는 이상한 기호들과 함께 적힌 글이 있었다.
"그것을 묶어둔 것은 나의 피다. 내가 떠나면 그것은 돌아올 것이다. 잊지 마라, 절대로 목걸이를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마라."
그 순간 형광등이 꺼졌다. 완전한 어둠 속에서, 나는 숨소리가 아닌 다른 무언가를 들었다. 마치 누군가가 방 안을 걸어다니는 소리였다. 젖은 발바닥이 마룻바닥에 닿는 소리. 끈적끈적한 무언가가 움직이는 소리.
"할머니?"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불렀다.
대답 대신, 차가운 손가락이 내 목을 스쳤다. 창문으로 비치는 달빛 아래, 내 그림자가 벽에 드리워져 있었다. 하지만 나는 침대에 앉아있는데, 그림자는 서 있었다.
인터넷의 오컬트 게시판에서 읽었던 모든 괴담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었다. 그림자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내 얼굴이 아니었다. 할머니도 아니었다. 그것은 인간의 형상을 한 무언가였다.
손에 쥐고 있던 목걸이가 뜨거워졌다. 일기장의 경고가 떠올랐지만, 이미 늦었다. 나는 실수로 목걸이를 침대 옆으로 떨어뜨렸다.
"환영한다," 그림자가 내 목소리를 흉내 내며 말했다. "너의 할머니는 내게 이 집을 약속했어. 그리고 이제 너도."
다음 날 아침, 마을 사람들은 또 하나의 괴담이 시작되었음을 알지 못했다. 그들은 단지 오래된 집에 새로운 사람이 이사 왔다는 것만 알 뿐이었다. 나는 그들에게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것은 진짜 내가 아니었다. 진짜 나는 이제 벽의 그림자가 되어, 다음 희생자를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