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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운동

운동장의 괴담: 마지막 달리기

달리기를 시작한 지 정확히 서른 번째 바퀴를 돌고 있을 때, 운동장 구석에서 나를 지켜보는 아이를 처음 발견했다. 땀에 젖은 눈을 몇 번 깜빡였지만, 창백한 교복 차림의 소녀는 여전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평소라면 별로 신경 쓰지 않았겠지만, 오후 10시가 넘은 텅 빈 학교 운동장에 다른 사람이 있다는 것은 분명 이상한 일이었다.

"괜찮아, 민준아. 너는 그냥 달리면 돼. 네 목표는 42.195km야. 네가 꿈꾸던 마라톤 풀코스." 나는 스스로에게 중얼거렸다. 손목 시계의 심박수가 160을 가리켰다. 아직 좋은 페이스였다. 운동장을 한 바퀴 더 돌았을 때, 소녀는 이제 조금 더 가까운 곳에 서 있었다. 가로등 불빛 아래 그녀의 교복 무릎이 선명하게 보였다. 붉은 얼룩이 번져있었다.

달리기를 시작한 이유는 단순했다. 술과 담배로 망가져가는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서였다. 처음엔 100m도 뛰지 못했지만, 이제는 매일 밤 이 운동장에서 장거리 달리기를 하고 있었다. 선수도 아니면서 마라톤을 완주하겠다는 목표는 내게 새 삶을 준 것 같았다. 오늘은 30km 달성이 목표였다.

33번째 바퀴, 소녀는 이제 트랙 위에 서 있었다. 가까이서 보니 그녀의 얼굴은 핏기가 없었고, 눈은 서글프게 느껴졌다. 그녀를 피해 바깥쪽으로 달렸지만, 귓가에 들리는 작은 소리가 있었다. "같이... 뛰어요."

등줄기로 식은땀이 흘렀다. 심장 박동이 더 빨라졌다. 분명 소문으로만 들었던 그 이야기였다. 20년 전 이 학교 운동회에서 심장마비로 쓰러져 사망한 소녀. 그녀는 1500m 달리기 중간에 쓰러졌지만, 심판은 그냥 지나쳤고 아무도 돕지 않았다고 했다. 소녀는 결승선을 끝내 통과하지 못했다.

나는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페이스를 올렸다. 발목에 차가운 무언가가 스치는 느낌이 들었다. 뒤돌아보니 소녀가 내 바로 뒤에서 달리고 있었다. 그녀의 발은 땅에 닿지 않은 채 공중에 떠 있었다. "제가... 이번에는... 완주할 수 있을까요?"

공포로 다리가 굳어갔지만, 도망치는 대신 나는 속도를 늦추며 말했다. "네... 같이 뛰자." 소녀의 얼굴에 희미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렇게 우리는 나란히 달렸다. 36바퀴, 37바퀴... 그녀의 숨소리는 점점 가빠졌고, 내 심장은 마치 터질 듯이 뛰었다.

40바퀴를 돌았을 때, 내 시계는 30km를 가리켰다. 그 순간, 소녀가 속삭였다. "고마워요. 이제... 결승선이 보여요." 나는 갑자기 극심한 가슴 통증을 느꼈다.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기 시작했다. '이건... 심장마비의 전조증상?' 그때 깨달았다. 내 심장도 언제부터인가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그녀처럼 나도 완주하지 못할 운명이었을까?

마지막 힘을 짜내 결승선을 향해 달렸다. 소녀는 내 옆에서 미소 지으며 사라졌다. 나는 쓰러지기 직전, 30km 지점을 통과하며 무릎을 꿇었다. 119에 전화를 걸 힘만 겨우 남아있었다.

병원에서 깨어났을 때 의사는 말했다. "기적이에요. 당신의 심장은 멈출 뻔했습니다." 창가에 희미한 형체가 보였다. 소녀는 미소 지으며 교복 가슴팍에 달린 완주 메달을 자랑스럽게 보여주었다. 다음 날 아침, 학교 역사관에서 오래된 사진 한 장을 발견했다. 1500m 달리기 선수들 사이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그녀. 그리고 사진 뒷면에는 작은 글씨로 적혀 있었다. "누군가와 함께라면, 우리는 모두 자신의 결승선을 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