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는 괴담: 마지막 웃음
내가 마지막으로 들은 웃음소리는 진짜가 아니었다. 그 사실을 깨달은 건 이미 늦은 뒤였다. 저녁 자습실에 남아 공부하던 그날, 복도 끝에서 들려온 웃음소리는 너무나 유쾌해서 나도 모르게 미소 짓게 만들었다. 잠시 후, 같은 소리가 더 가까이서 들렸다. 흥미로운 괴담을 나누는 듯한 친구들의 웃음소리라고 생각했다.
"야, 누구 있어?" 자습실 문을 열고 복도를 살폈지만, 어둠만이 가득했다. 형광등은 간헐적으로 깜빡이며 불안한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다시 들려오는 웃음소리. 이번엔 왼쪽 계단에서. 호기심에 발걸음을 옮겼다. 학교의 괴담은 항상 재미있었으니까. 7년 전 이 학교에서 자살한 여학생이 가끔 나타난다는 이야기, 미술실의 석고상이 밤에 움직인다는 소문, 모두 친구들과 함게 술안주 삼아 웃으며 즐겼던 이야기들이었다.
계단을 내려가자 스산한 바람이 볼을 스쳤다. 창문은 모두 닫혀 있었다. 웃음소리는 이제 3층 미술실에서 들려왔다. 문득 발걸음을 멈췄다. '지금이 몇 시지?' 시계를 확인하니 자정이 막 지나고 있었다. 이 시간에 학교에 남아있을 사람은 없을 터였다. 그런데 왜 웃음소리가 들리는 거지?
등줄기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그때 미술실 문이 천천히 열렸다. 어둠 속에서 무언가가 나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공포에 질려 뒷걸음질 치는데, 갑자기 그것이 밝은 웃음소리를 내며 달려왔다. 본능적으로 눈을 감았다.
"김민수! 여기서 뭐해?" 미술 선생님의 목소리에 눈을 떴다. 선생님은 야근하다 나를 발견한 모양이었다. "괜찮아? 얼굴이 하얗게 질렸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모두 내 상상이었나 보다. 선생님과 함께 1층으로 내려가며 괴담은 그저 재미로 듣는 이야기라고 스스로를 안심시켰다. 하지만 교문을 나서는 순간, 선생님의 그림자가 이상하게 일그러지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선생님은 내게 물었다.
"그런데 민수야, 나 좀 재미있니?" 그 목소리는 갑자기 변했다, 여러 사람의 목소리가 뒤섞인 듯한 기이한 톤으로. 선생님의 입이 귀까지 찢어지듯 벌어지며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나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다음날 아침, 학교는 미술 선생님이 7년 전 실종된 후 처음으로 발견되었다는 소식으로 떠들썩했다. 흥미롭게도 선생님은 자신이 마지막으로 보았던 학생이 누구냐는 질문에 내 이름을 말했지만, 나는 그날 밤 일찍 귀가했다는 완벽한 알리바이가 있었다. 누구도 내가 그날 밤 학교에 있었다고 증언하지 않았으니까.
이제 나는 웃음소리가 들리면 항상 살피게 된다. 특히 누군가의 괴담을 들을 때면 더욱 그렇다. 재미있는 이야기일수록 더 주의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으니까. 그리고 가끔, 아주 가끔... 나도 모르게 입가가 귀까지 찢어질 듯이 웃음이 나올 때면, 문득 궁금해진다. 그날 밤 정말 내가 본 것은 누구였을까? 아니, 더 정확히는... 지금 웃고 있는 '나'는 과연 누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