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괴담: 오팔색 형광등 아래
이석우 팀장은 퇴근 시간을 두 시간이나 넘긴 밤 십시에도 혼자서 컴퓨터 앞에 앉아있었다. 누군가 등 뒤에서 그를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회사 전체가 텅 비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무시했다. 그때 천장의 형광등이 깜빡였다. 한 번, 두 번, 그리고 세 번. 그러더니 여태껏 하얀색이었던 불빛이 오팔색으로 변했다. 이것이 시작이었다.
"이 보고서는 오늘까지 마감이야," 서류 더미를 책상 위에 던지며 그가 한 달 전 신입사원 김정아에게 했던 말이다. "못하겠다는 말은 듣고 싶지 않아." 그날 밤 김정아는 과로로 쓰러져 병원에 실려 갔고, 일주일 후 사표를 냈다. 아무도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묻지 않았다.
형광등이 다시 깜빡이고, 이석우의 모니터 화면이 푸른색으로 물들었다. 그가 보고 있던 엑셀 시트가 사라지고 대신 한 줄의 메시지가 나타났다: "당신은 기억하지 않지만, 우리는 기억합니다."
손가락으로 키보드를 두드리려는 순간, 프린터가 저절로 작동하기 시작했다. 찌직거리는 소리와 함께 종이가 하나씩 배출되었다. 그가 프린터로 다가가 첫 장을 집어 들었다. 거기엔 알 수 없는 숫자들이 인쇄되어 있었다. 두 번째 종이에는 달력이 인쇄되어 있었는데, 특정 날짜에 붉은 원이 그려져 있었다. 그 날짜들을 살펴보니 모두 회사에서 직원이 퇴사한 날이었다.
갑자기 사무실 전체가 얼어붙은 듯한 한기가 돌았다. 히터가 최대로 돌아가고 있는데도, 이석우의 숨결은 공기 중에 하얗게 얼어붙었다. 빠르게 짐을 챙기려는데, 굳게 잠겨 있어야 할 회의실 문이 천천히 열렸다.
"누, 누구세요?" 그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대답 대신 회의실 안쪽에서 형광펜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이어서 의자가 삐걱거리는 소리. 마치 누군가가 앉아있는 것처럼. 조심스럽게 회의실로 다가가 조명 스위치를 더듬었다.
불이 켜지자 그는 숨을 들이켰다. 회의실 화이트보드에는 붉은 글씨로 이름들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모두 지난 3년간 그가 힘들게 한 직원들의 이름. 그리고 맨 위에는 김정아의 이름과 함께 작은 메모가 적혀 있었다: "8층 옥상, 새벽 3시 21분."
이석우는 기억나지 않는 일이었다. 회사는 김정아가 퇴사했다고만 발표했다. 갑자기 서랍 속에서 핸드폰 알림음이 울렸다. 떨리는 손으로 메시지를 확인했다. 익명의 발신자였다: "진실은 삭제되지 않습니다. 우리는 회사의 데이터베이스에 영원히 남아있습니다."
다음 날 아침, 청소 직원이 이석우의 책상을 정리하면서 한 장의 메모를 발견했다. "더 이상 못 견디겠다. 미안합니다." 경찰은 그의 죽음을 자살로 결론지었다. 회사는 평소처럼 돌아갔다. 한 달 후, 새로운 팀장이 부임했고, 그의 책상 위 형광등은 여전히 가끔씩 오팔색으로 빛나곤 했다. 새 팀장의 모니터에 메시지가 나타났다: "환영합니다. 당신도 곧 우리의 일부가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