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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취업

괴담 취업: 면접에서 마주한 어둠

숫자 2378이 붉은색으로 깜빡이던 순간, 내 이름이 호명되었다. 면접장으로 들어서자 한기가 등골을 타고 내려왔다. 세 명의 면접관이 앉아있었지만, 이상하게도 그들의 얼굴은 형광등 불빛 아래에서도 어둠에 가려져 있었다.

"김지훈 씨, 우리 회사에 지원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가운데 앉은 면접관의 목소리는 마치 여러 개의 목소리가 겹쳐진 것처럼 들렸다. 취업 준비 6개월 차, 서류 탈락만 스물일곱 번을 겪은 나는 이 대기업의 최종 면접까지 오게 된 것이 기적처럼 느껴졌다. 목을 가다듬고 준비한 답변을 시작했다.

"귀사의 혁신적인 기업 문화와 성장 가능성에 큰 매력을 느꼈습니다. 특히..."

왼쪽 면접관이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그의 웃음소리는 회의실 공기를 찢으며 귓속으로 파고들었다. 형광등이 세 번 깜빡거렸고, 순간 면접관들의 얼굴이 드러났다가 사라졌다. 그 짧은 찰나에 본 것은 분명 인간의 얼굴이 아니었다.

"김지훈 씨, 당신은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습니까?"

오른쪽 면접관이 물었다. 질문의 의도를 파악할 수 없었지만, 야근을 묻는 것이라 생각하고 대답했다.

"업무에 열정적으로 임하는 편이라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아니요. 영혼이 얼마나 버틸 수 있냐고 묻는 겁니다."

식은땀이 온몸을 적셨다. 질문지에 시선을 내리자 검은색 잉크가 종이를 타고 흘러내리고 있었다. 방 안의 온도가 급격히 떨어졌고, 손가락 끝이 저려왔다.

"저희 회사는 특별합니다. 매년 신입사원 중 한 명의 영혼을 회사의 번영을 위한 제물로 바칩니다. 그 대신 나머지 직원들에게는 퇴사하기 전까지 무한한 성공과 부를 약속하죠."

면접장 문이 어느새 닫혀 있었다. 도망치고 싶었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테이블 위에 놓인 계약서가 눈에 들어왔다. '연봉 1억, 직급 대리, 스톡옵션...'

"자, 김지훈 씨. 선택하세요. 평생 취업난에 시달릴 것인가, 아니면 우리와 함께할 것인가? 이런 조건을 제시받을 기회는 두 번 다시 오지 않습니다."

어둠 속에서 펜이 내 손에 쥐어졌다. 나는 계약서를 바라보았다. 취준생 친구들의 초조한 눈빛, 부모님의 걱정 어린 표정, 통장 잔고에 찍힌 네 자리 숫자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서서히 펜을 종이 위로 가져갔다.

다음 날 아침, 취업 커뮤니티에는 내가 올린 합격 후기가 인기 게시물로 올라왔다. 댓글마다 축하와 부러움의 인사가 달렸다. 아무도 모른다. 출근 첫날인 오늘, 사원증 목걸이가 내 목을 조이는 느낌이 드는 이유를, 그리고 회사 엘리베이터를 탈 때마다 하나씩 사라지는 내 그림자의 조각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