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괴담: 완벽한 핏의 대가
그 재킷은 나를 위해 태어난 것 같았다. 빈티지숍 구석에 놓인 검은 가죽 재킷은 마치 나만을 기다렸다는 듯 은은히 빛났다. 가격표조차 없었지만, 점원은 의아하게도 눈을 피하며 매우 저렴한 가격을 제시했다. "이건 특별 할인이에요. 당신에게 꼭 어울릴 것 같네요."
재킷을 입는 순간, 피부에 닿는 가죽의 감촉은 놀라울 정도로 부드러웠다. 마치 두 번째 피부처럼 내 몸에 완벽하게 밀착됐다. 거울 속 내 모습은 한 번도 본 적 없는 세련된 실루엣을 보여줬다. 어깨선은 각지고 완벽했으며, 허리는 날씬하게 조여졌다. 착용 직후 거리를 걸을 때마다 사람들의 시선이 따라붙었다. 평생 받아보지 못한 관심이었다.
일주일 후, 나는 재킷이 입고 있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처음에는 외출할 때만 입었지만, 이제는 집에서도 벗지 않았다. 화장실에 갈 때도, 씻을 때도 벗기 싫었다. 그리고 어느 날 아침, 거울 앞에서 재킷을 벗으려 했을 때, 지퍼가 내려가지 않았다.
"이상하네," 나는 지퍼를 세게 당겼다. 손에 피가 날 때까지 잡아당겼지만 꼼짝도 하지 않았다. 더 이상한 것은, 재킷과 내 피부 사이의 경계가 점점 모호해진다는 느낌이었다. 가죽과 살갗의 구분이 불분명했다.
불안해진 나는 빈티지숍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그곳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그 자리에는 오래된 건물의 폐허만 남아있었고, 이웃들은 그곳에 최소 10년간 아무것도 없었다고 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우연히 만난 노인이 나를 보더니 창백해졌다. "그 재킷... 어디서 구했죠?" 노인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빈티지숍에서요. 왜 그러세요?"
"50년 전, 내 동생이 똑같은 재킷을 입고 사라졌어요. 경찰은 그를 찾지 못했죠. 단지... 그의 피부만 발견했습니다. 마치 누군가가... 아니, 무언가가 그를 껍질처럼 벗겨낸 것 같았죠."
집으로 뛰어 들어와 거울 앞에 섰다. 이제 재킷은 더 이상 재킷처럼 보이지 않았다. 내 몸과 완전히 하나가 되어버린 것 같았다. 그리고 처음으로 가죽 표면 아래에서 무언가가 꿈틀거리는 것을 느꼈다. 내가 아닌 다른 무언가가.
오늘 아침, 나는 내 피부가 조금씩 벗겨지기 시작하는 것을 발견했다. 재킷은 이제 완전히 나의 일부가 되었다. 아니, 정확히는 내가 재킷의 일부가 되어가고 있다. 거울 속 내 얼굴은 점점 낯설어지고, 눈동자에는 내가 아닌 다른 무언가의 굶주린 욕망이 비쳤다. 내일이면 나는 완벽한 패션 아이템이 될 것이다. 누군가의 옷장에 걸려, 다음 주인을 기다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