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 괴담: 잊혀진 게임의 저주
중고 게임샵 구석에서 발견한 그 오래된 '포켓몬스터 레드' 카트리지에는 라벨이 없었다. 단돈 5천원에 구매한 이 게임이 내 인생을 완전히 바꿔놓을 줄은 몰랐다.
"이거 진짜 희귀한 버전인데 살 생각 있으세요?" 점원의 목소리에는 알 수 없는 떨림이 있었다. "전 소장품으로 모으는데... 이건 제가 직접 플레이하기엔 좀..." 그의 말끝은 흐려졌고, 나는 호기심에 끌려 구매했다.
집에 돌아와 오래된 게임보이에 카트리지를 꽂자 화면이 일반적인 시작 화면이 아닌 검은 배경에 붉은 글씨로 '돌아왔구나'라는 메시지만 잠깐 나타났다. 목덜미가 서늘해졌지만, 어린 시절 향수에 젖어 게임을 계속했다. 스타팅 포켓몬은 단 하나, '유령'이라는 이름의 미싱노였다. 스탯 화면에는 레벨 대신 '∞'가 표시되어 있었다.
마을 사람들의 대화는 모두 의미 없는 기호들이었고, 배경 음악은 원래의 밝은 멜로디가 아닌 왜곡된 저주음이 반복되었다. 그럼에도 나는 게임을 끌 수 없었다. 손가락이 저절로 움직이는 듯했다. 화면 속 캐릭터가 가는 곳마다 다른 트레이너들의 포켓몬이 쓰러져 있었고, 그들의 픽셀화된 눈에서는 검은 액체가 흘러내렸다.
세 번째 밤, 게임 속 주인공이 라이벌의 방에 들어가자 충격적인 장면이 펼쳐졌다. 라이벌이 바닥에 쓰러져 있었고, '유령'이 그의 위에 서 있었다. 텍스트 창에는 "그는 이제 나와 함께야. 넌 다음이야."라는 메시지가 떴다. 그 순간 갑자기 내 게임보이에서 지직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화면이 꺼졌다.
다음 날 아침, 거울을 보니 내 눈동자에 픽셀처럼 각진 검은 점이 생겨났다. 충격에 게임샵으로 달려갔지만, 그 가게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대신 그 자리에는 오래전에 화재로 폐업했다는 벽돌 잔해만 남아있었다.
일주일 후, 내 방의 텔레비전, 컴퓨터 모니터, 심지어 전자시계 화면에서도 '유령'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늘 아침, 침대 옆 거울에서 본 내 모습은... 더 이상 내가 아니었다. 픽셀화된 눈동자가 나를 응시했고, 입가에는 게임 속 '유령'과 똑같은 미소가 그려져 있었다.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 경고한다. 라벨 없는 포켓몬 게임 카트리지를 발견하면, 절대로 손대지 마라. 그리고 밤에 게임보이에서 나오는 희미한 빛을 본다면... 이미 '유령'이 당신을 찾아왔다는 의미일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