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비의 날씨과자
창밖으로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가 과자 봉지를 찢는 소리와 묘하게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도 날씨 앱은 맑음을 예보했지만, 하늘은 다섯 번째로 앱을 배신했다. 나는 편의점 처마 아래 서서, 방금 산 허니버터칩을 뜯으며 그날을 떠올렸다.
할머니는 항상 말씀하셨다. "하늘이 우리 몸보다 정직하다"고. 무릎이 아프면 비가 온다는 할머니의 예보는 기상청보다 정확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할머니의 날씨 예보는 과자 봉지와도 같았다. 겉모습만으로는 알 수 없는 내용물을 정확히 알려주는.
빗소리가 커질 때마다 과자를 한 움큼 입에 넣었다. 바삭한 소리와 함께 짭조름한 맛이 혀끝에 퍼졌다. 그리고 그때의 기억도 함께. 열한 살 여름, 갑작스러운 소나기를 피해 할머니와 함께 구멍가게 처마 밑으로 뛰어들었던 날. 할머니는 주머니에서 동전 몇 개를 꺼내 내게 과자를 사주셨다. "비가 그칠 때까지만 먹자"라며.
그날의 과자는 지금 먹는 것보다 더 달콤했다. 아마도 비에 젖은 공기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할머니의 손에서 전해진 온기 때문이었을까. 할머니는 빗소리를 들으며 말씀하셨다. "이 소리 들려? 하늘이 우리에게 이야기하는 거야. 날씨는 우리 인생과 같아. 때로는 맑고, 때로는 흐리고, 때로는 폭풍이 몰아치지."
이제 할머니는 없다. 돌아가시기 전날, 할머니는 맑은 하늘을 보며 "내일은 비가 올 거야"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정말 다음 날, 할머니의 장례식에는 비가 내렸다. 모두가 우산을 쓰고 있는 동안, 나는 비를 맞으며 서 있었다. 할머니의 마지막 날씨 예보에 작별 인사를 하듯.
비가 잦아들고 있었다. 과자 봉지도 바닥을 드러냈다. 나는 빈 봉지를 구겨 주머니에 넣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구름 사이로 옅은 햇살이 비치기 시작했다. 할머니가 말씀하셨던 것처럼, 비 온 뒤 하늘은 더 맑았다.
편의점을 나서며 문득 깨달았다. 우리 인생의 날씨는 예보할 수 없어도, 그 날씨를 어떻게 맞이할지는 우리의 선택이라는 것을. 그리고 가끔은, 비가 내리는 날에 먹는 과자가 가장 달콤하다는 것도. 주머니 속 구겨진 과자 봉지를 만지작거리며, 나는 하늘에서 내려오는 마지막 빗방울들 사이로 걸어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