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의 소설: 그녀는 비를 쓴다
그녀는 글자를 썼고, 하늘은 비를 내렸다. 상관관계를 인정하기 꺼려했지만, 눈을 감을 수 없는 패턴이 있었다. 김하늘이 우울한 장면을 쓸 때마다 창밖으로 비가 내렸고, 그녀가 희망찬 대사를 입력할 때마다 구름 사이로 햇빛이 새어 나왔다.
처음 이 현상을 발견했을 때, 하늘은 우연의 일치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세 번째 소설을 쓰기 시작했을 때, 더 이상 부정할 수 없었다. 그녀의 노트북 키보드는 일종의 날씨 조종 장치가 되어 있었다. 주인공이 첫사랑을 만나는 장면을 쓰자 창밖에 무지개가 떴고, 이별 장면을 쓰자 천둥번개가 몰아쳤다.
"나의 글이 날씨를 바꾼다면..."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커피잔을 들었다. 커피는 차갑게 식어 있었다. 밖은 그녀의 우울한 독백만큼이나 스산한 가을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날 밤, 하늘은 작가로서의 책임감에 짓눌려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녀가 쓰는 한 문장이 도시 전체의 날씨를 좌우한다면? 농작물은? 비행기 일정은? 누군가의 결혼식은? 그녀의 기분에 따라 세상이 휘둘린다는 사실이 공포스러웠다.
다음 날 아침, 하늘은 결심했다. 그녀는 자신의 능력을 선한 방향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가뭄이 심한 지역을 검색하고, 그 도시를 배경으로 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그녀는 주인공이 비에 흠뻑 젖는 장면을 자세히 묘사했다. 공기 중에 떠다니는 물방울의 촉감, 지붕을 두드리는 빗방울의 리듬, 땅에서 올라오는 젖은 흙의 향기까지.
소식을 확인하기 위해 그녀는 뉴스를 켰다. "예상치 못한 비가 가뭄 지역에 내려 농민들이 기뻐하고 있습니다." 하늘의 목에서 작은 비명이 새어 나왔다.
출판사에서 원고 마감일을 재촉하는 전화가 왔을 때, 하늘은 이미 자신의 일상을 완전히 바꿔놓은 상태였다. 그녀는 더 이상 소설가가 아니었다. 그녀는 날씨 조율사였다. 전국의 기상 정보를 체크하며 필요한 곳에 필요한 날씨를 '써 내려갔다'. 가뭄 지역에는 비를, 홍수 지역에는 맑은 하늘을,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는 도시에는 서늘한 바람을.
그러나 달력이 넘어가면서 하늘은 깨달았다. 그녀가 쓰지 않은 날씨, 그녀가 통제하지 않은 자연 현상이 사라져가고 있었다. 폭풍우의 아름다움, 예측불가능한 돌풍의 신비로움, 갑작스러운 소나기가 가져오는 생명력이 사라진 세상. 그녀는 완벽하게 제어된, 그러나 영혼 없는 날씨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날 밤, 하늘은 그녀의 마지막 소설을 썼다. 제목은 '자유로운 구름'이었다. 이야기는 자신의 능력을 포기하는 여자에 관한 것이었다. 마지막 문장을 입력하자, 창밖으로 그녀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날씨가 펼쳐졌다. 비도, 맑음도, 흐림도 아닌, 자연 그대로의 날씨. 그 순간 하늘은 알았다 - 가장 아름다운 소설은 누구도 쓰지 않은 채 스스로 써내려가는 하늘의 이야기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