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날씨의 거짓말
그날의 날씨는 거짓말을 했다. 달력은 6월 중순을 가리키고 있었지만, 하늘은 마치 8월의 가장 뜨거운 한낮처럼 푸르게 타오르고 있었다.
민지는 에어컨 바람 아래 앉아 창밖을 바라보았다. 아스팔트 위로 피어오르는 아지랑이가 춤을 추는 것이 보였다.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손등으로 닦으며 그녀는 날씨 앱을 다시 확인했다. 28도. 체감온도 33도. 숫자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었다. 여름이 이렇게 일찍, 이렇게 강렬하게 찾아온 적이 있었던가.
"이번 주말에 바다 가기로 했잖아. 취소해야 할까?" 카페 테이블 너머에서 유진이 물었다. 그녀의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이미 얼음이 다 녹아 연한 갈색 물이 되어 있었다.
민지는 대답 대신 창가에 핀 제라늄을 바라보았다. 어제까지만 해도 선명한 붉은색이었던 꽃잎들이 오늘은 갈색으로 변해 축 늘어져 있었다. 물을 줘도 소용없을 것 같았다. 이 열기는 생명체가 견딜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었다.
"어제 뉴스 봤어? 지구 온난화 때문에 기상 예측이 점점 어려워진대. 이제 날씨는 더 이상 우리가 알던 패턴을 따르지 않는대."
유진의 말을 듣고 있으면서도 민지의 생각은 다른 곳에 있었다. 작년 여름, 그녀의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 마지막으로 했던 말이 생각났다. "날씨가 이상해지면 모든 것이 변할 거야. 그때는 우리가 알던 세상도 함께 사라질 거야."
당시에는 노인의 헛소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그 말의 무게가 점점 실감나기 시작했다. 민지는 어릴 적 여름을 떠올렸다. 매미 소리, 수박 냄새, 선풍기 바람. 그때의 여름은 뜨거웠지만 포근했다. 지금의 여름은 마치... 적대적인 것 같았다.
카페를 나서자 열기가 그녀를 덮쳤다. 숨쉬기조차 힘들었다. 길 건너편의 전광판에는 내일의 날씨 예보가 번쩍였다. 30도, 구름 조금. 평범한 초여름 날씨처럼 보였다. 그러나 민지는 알았다. 이것이 새로운 정상이라는 것을. 그녀가 그리워하는 예전의 여름은 이제 추억 속에만 존재한다는 것을.
집으로 걸어가는 길, 민지는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너무나 푸른 하늘이 펼쳐져 있었다. 아름다우면서도 무서웠다. 마치 여름 날씨가 자신의 진짜 얼굴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만 같았다. 그리고 그 얼굴 뒤에는, 우리가 아직 이해하지 못하는 무언가가 숨겨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