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사친 괴담: 누구도 믿지 않는 그의 이야기
"어차피 너는 내 얘기를 믿지 않을 거야." 윤우가 창백한 얼굴로 말했다. 불빛이 희미한 자취방에서 그의 목소리는 유리 파편처럼 날카롭게 공기를 가르며 떨어졌다. 내가 가장 믿고 의지하던 남사친의 눈동자가 겁에 질려 떨리고 있었다.
윤우는 내 고등학교 시절부터 알고 지낸 친구였다. 우리는 서로를 가족보다 더 잘 알고 있었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 그가 일주일 전부터 이상한 행동을 보이기 시작했다. 수업 중에 갑자기 뒤를 돌아보며 식은땀을 흘리거나, 혼자 있는 걸 극도로 두려워했다. 오늘 밤, 그가 떨리는 손으로 내 팔을 붙잡고 자신의 자취방으로 끌고 온 것이다.
"내 방에... 뭔가가 있어." 윤우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처음엔 내 환청이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매일 밤 같은 시간, 같은 소리가 들려. 벽 너머에서 누군가가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
내 안에서 웃음이 새어나오려 했지만, 억지로 참았다. 항상 합리적이고 과학적이던 윤우가 이런 말을 하고 있다니. 그는 내 표정을 읽었는지 더 절박하게 말을 이었다.
"진짜야. 어젯밤엔 내 방 구석에 서 있었어. 새카만 형체가... 그게 날 바라보더라고." 그의 목소리가 떨렸다. "아무도 안 믿어. 다들 내가 시험 스트레스 때문에 그런다고..."
나는 윤우의 어깨를 토닥였다. "그래, 요즘 논문 때문에 스트레스 많았잖아. 오늘은 내가 여기서 같이 있어줄게. 한번 보자, 그 '뭔가'가."
그날 밤 나는 윤우의 방 소파에 자리를 잡았다. 새벽 세 시, 윤우는 깊은 잠에 들었고 나는 스마트폰을 보며 졸음과 싸우고 있었다. 그때 윤우가 일어나 앉았다. 그의 눈은 정면을 향해 멍하니 열려 있었다.
"왔어?" 윤우가 중얼거렸다. 나는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
"윤우야?" 내가 조심스레 불렀다.
그러나 윤우는 내 목소리를 듣지 못한 듯했다. 그는 천천히 일어나 방 구석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마치 누군가와 대화하듯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손짓까지 하면서.
나는 얼어붙은 채로 그 광경을 지켜봤다. 윤우는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있었다. 그때 내 휴대폰이 진동했다. 문자 한 통이 와 있었다. 발신자는 바로 윤우였다.
'미안해 내가 네 얘기를 안 믿어서. 방금 자취방 가는 길인데 조금 있다 도착할게.'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천천히 고개를 들어 방 구석에서 중얼거리고 있는 '윤우'를 바라봤다. 그리고 그 순간, '윤우'도 내게 고개를 돌렸다. 우리의 시선이 마주쳤을 때, 나는 그것이 윤우가 아니라는 걸 알았다. 그것은 윤우의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그 안에는 윤우가 없었다.
그리고 그것이 미소를 지었다. "네가 마지막 친구구나. 이제 다 모였네."
현관문에서 열쇠 돌리는 소리가 들렸다. 진짜 윤우가 돌아오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움직일 수 없었다. 그것이 내게 다가오고 있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