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사친 대학교: 우리는 다시 만나지 않기로 했다
마지막 수업 종이 울리던 날, 나는 그에게 "우리 대학에서는 모르는 사람처럼 지내자"고 말했다. 진우의 눈이 잠시 흔들렸지만, 곧 그 특유의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고등학교 3년 내내 남사친으로 지내온 우리는 같은 대학에 합격했고, 새 출발을 위해 과거를 지우기로 약속했다. 적어도 내가 일방적으로 선언했다.
오리엔테이션 날, 강당은 새내기들의 열기로 가득했다. 향수와 땀 냄새가 뒤섞인 공기 속에서 낯선 얼굴들을 훑어보다가 문득 익숙한 뒷모습을 발견했다.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진우였다. 머리를 짧게 자르고 검은색 셔츠를 입은 그의 모습은 고등학교 때와 달랐다. 어른이 되어 있었다. 그가 고개를 돌리기 전에 재빨리 시선을 피했다.
"이수현?" 오리엔테이션이 끝나고 나올 때 그가 내 이름을 불렀다. 약속은 그렇게 쉽게 깨졌다.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인사를 나눴고, 우리는 교내 카페에 앉았다. 아메리카노 잔을 돌리며 그가 말했다. "진짜로 모르는 척할 줄 알았어." 쓴웃음을 지으며 그는 고개를 저었다.
대학 첫 학기, 우리는 서로를 피하는 데 실패했다. 교양수업 두 개가 겹쳤고, 동아리 면접에서도 마주쳤다. 도서관 같은 자리를 좋아했고, 학식 메뉴에 대한 취향도 일치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모르는 사람' 연기는 더 어려워졌다. 진우는 내 폰에 저장된 '고딩 남사친'에서 '대학 동기'로 바뀌었고, 우리 사이엔 미묘한 변화가 생겼다.
"왜 대학에선 모르는 척하자고 했어?" 어느 봄날, 벚꽃이 흩날리는 캠퍼스 벤치에서 그가 물었다. 생각지 못한 질문에 나는 말을 고르느라 시간이 필요했다. "새 출발... 하고 싶었나 봐." 솔직히 말하자면, 진우에게 품었던 복잡한 감정이 대학에서까지 이어지는 것이 두려웠다. 고등학교 내내 우정과 그 이상 사이에서 혼란스러웠던 마음을 정리하고 싶었다.
"난 네가 싫었어?" 그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조금 낮았다. 벚꽃 한 장이 내 무릎에 떨어졌다. "아니..." 나는 손끝으로 꽃잎을 만지작거렸다. "그냥 우리가... 변할까 봐."
진우가 웃었다. "우리는 이미 변했어." 그의 말에 고개를 들었을 때, 그의 눈이 진지하게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고등학교 때의 남사친은 없어. 지금 여기 앉아있는 건 대학생 김진우야. 그리고 넌 대학생 이수현이고."
바람이 불자 벚꽃이 우리 주위를 맴돌았다. 진우의 어깨에 꽃잎 하나가 내려앉았지만, 나는 그것을 떼어주지 않았다. 새로운 시작을 두려워했던 내게, 대학은 끝이 아닌 다른 이야기의 시작점이었다. 그날 저녁, 우리는 학교 앞 포장마차에서 소주잔을 부딪쳤다. "이번엔 제대로 약속하자," 진우가 말했다. "대학에서는 서로를 정확히 알아보기로."
돌아보면, 우리가 정말 모르는 사람이 될 수 있었을까? 같은 교실에서 3년을, 같은 대학에서 4년을 함께한 사람을. 가끔은 서로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되기 위해 처음부터 다시 알아가는 용기가 필요한 것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