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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사친소설

남사친의 소설: 써지지 않는 고백

원고지 위에서 커서가 깜빡이는 동안, 나는 그녀의 얼굴을 떠올렸다. 내 남사친 지아는 밤이면 내게 소설을 읽어달라고 전화했다. 내가 쓴 소설이 아닌, 다른 작가들의 소설이었다.

"오늘은 무슨 소설 읽어줄 거야?" 지아의 목소리가 이어폰을 통해 나지막이 흘러나왔다. 방 안은 어둑했고, 노트북 화면만이 내 얼굴을 희미하게 비췄다. 손가락 끝에서 느껴지는 키보드의 차가운 감촉이 현실로 끌어당겼다.

"오늘은... 내가 쓴 소설이 있어." 용기를 내어 말했다. 10년 지기 남사친으로 시작해 7년째 그녀를 사랑하는 나의 비밀을 담은 소설이었다.

"진짜? 드디어 보여주는 거야? 시작해봐." 그녀의 목소리에 담긴 기대감이 내 심장을 더 빠르게 뛰게 했다.

커피 한 모금을 넘기고 목을 가다듬었다. "제목은 '너에게 쓰는 편지'야." 낭독을 시작했다. 나와 닮은 주인공이 오랜 친구를 짝사랑하는 이야기. 그녀와 함께한 순간들을 소설 속에 녹여냈다. 우리가 비를 피해 작은 카페에 들어갔던 날, 그녀가 시험에 떨어져 내 어깨에 기대어 울었던 날, 그녀의 생일에 깜짝 파티를 열었던 날...

"그러니까 주인공은 그냥 고백하면 되는 거 아냐?" 지아가 이야기 중간에 끼어들었다. 아이러니했다. 소설 속 여자 주인공처럼 지아도 눈치채지 못했다.

"계속 들어봐." 나는 겨우 대답했다.

소설 속 남자 주인공은 마침내 고백을 결심한다. 모든 것을 걸고, 그녀에게 진심을 전하는 장면이었다. 내 심장은 마치 실제로 고백하는 것처럼 격렬하게 뛰었다.

"그래서? 여자 주인공은 뭐라고 답해?" 지아가 물었다.

나는 잠시 침묵했다. "아직 그 부분은 안 썼어."

"뭐야, 그럼 결말은? 완성 안 된 거야?"

"네가 결말을 정해줘."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

수화기 너머로 잠시 침묵이 흘렀다. "잠깐... 이거 혹시..." 그녀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 순간, 전화가 끊겼다. 심장이 멎는 듯했다. 십 분, 이십 분이 흘렀다. 그녀에게서 연락이 없었다.

새벽 두 시, 초인종 소리에 잠에서 깼다. 문을 열자 지아가 서 있었다. 그녀의 손에는 노트북이 들려 있었다.

"내가 결말을 썼어." 그녀가 말했다.

화면을 보니 내 소설 파일이 열려 있었다. 마지막 문단에 새로운 글이 추가되어 있었다.

"그녀는 그의 고백을 듣고 웃었다. '나도 너를 사랑해. 항상 그랬어. 네가 소설로 고백할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을 뿐이야.'"

지아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이렇게 끝내면 될까?"

우리의 이야기는 계속되고 있다. 때로는 소설보다 현실이 더 아름다운 결말을 써내려가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