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의 남편: 스물아홉 번째 입학식
아내가 죽은 날, 나는 대학에 지원서를 냈다. 그녀의 장례식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와 책상 위에 놓인 그녀의 미완성 원서를 발견했을 때, 무언가가 내 안에서 부서졌다가 다시 조각조각 맞춰지는 느낌이었다.
"언젠가는 꼭 대학에 가서 미술을 배우고 싶어." 그녀가 항상 말했던 꿈이었다. 결혼 생활 28년 동안, 나는 그저 "그래, 좋은 생각이야"라고만 대답했다. 그러나 실제로 그녀가 원서를 작성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몰랐다. 마감일은 내일. 삶은 때로 잔인한 타이밍을 선사한다.
대학 캠퍼스에 발을 들인 첫날, 내 몸은 56세였지만 마음은 18세 신입생처럼 떨렸다. 주변의 젊은 학생들 사이에서 나는 외계인 같았다. 그들의 웃음소리, 스마트폰 화면에 반사되는 빛, 새 학기 향기로 가득한 교재들. 복도를 걸을 때마다 느껴지는 낯선 시선들. 누군가의 아버지나 교수로 오해받는 일상.
"이 자리에 계신 분은 김민수 씨... 우리 학과 최고령 신입생이십니다." 교수의 소개에 교실이 잠시 정적에 빠졌다. 그리고 예상치 못한 박수가 터져 나왔다. 첫 수업에서 내가 왜 여기 있는지 설명해달라는 요청을 받았을 때, 나는 아내의 이야기를 했다. 그녀의 미완성 꿈을 내가 대신 완성하기로 했다고.
학기가 진행될수록 나는 점점 더 아내를 이해하게 되었다. 그녀가 왜 이토록 배움에 목말라했는지. 수업 중에 새로운 기법을 배울 때마다, 캔버스 위에 첫 붓질을 할 때마다, 마치 그녀가 내 손을 이끄는 것 같았다. "당신이 해내고 있어요, 여보"라고 속삭이는 것 같았다.
어느 날 밤, 과제로 제출할 자화상을 그리다가 알아차렸다. 내가 그린 얼굴은 내 모습이 아니라 아내의 모습이었다. 우리가 함께 살아온 세월이 너무 길어서, 어느새 나는 그녀였고 그녀는 나였다.
졸업 전시회 날, 내 작품 앞에 멈춰 선 젊은 여학생이 물었다. "왜 모든 그림에 같은 여자가 있나요?" 나는 미소지었다. "그녀는 내 아내입니다. 이 모든 경험을 함께 하고 있어요." 여학생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혼자 있는 그림들인데요?" 바로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내가 그린 모든 풍경과 정물화에 아내가 보였던 것은 오직 나에게뿐이었다는 것을.
대학에서의 4년은 영원처럼 길고 또 순간처럼 짧았다. 졸업하는 날, 나는 56세에 입학해 60세에 학위를 받는 가장 특별한 '남편 학생'이 되었다. 그리고 이제, 29번째 결혼기념일에 나는 다시 원서를 작성하고 있다. 이번엔 대학원이다. 아내와 나, 우리의 꿈은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