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비밀 데이트: 15년 만의 고백
창문에 부딪히는 빗방울 소리가 커질 때마다 그의 심장도 함께 뛰었다. 이제 돌이킬 수 없는 지점까지 왔다는 것을 현우는 알았다. 15년 된 결혼 생활에서 처음으로, 그는 아내에게 거짓말을 했다.
"회사에 급한 일이 생겼어. 늦을 것 같아." 퇴근 시간에 보낸 문자는 이미 그의 폰 속에서 푸른 글씨로 읽음 표시가 되어 있었다. 카페의 따뜻한 조명이 그의 얼굴에 불안한 그림자를 드리웠다.
마주 앉은 여자는 은은한 향수 냄새를 풍기며 미소 지었다. 예쁘게 화장한 얼굴이 카페 조명 아래서 반짝였다. 현우는 목이 말랐지만, 테이블 위의 아메리카노는 손대지 않았다. 손가락이 떨려서 잡을 수 없었다.
"오랜만이에요, 오빠." 그녀의 목소리는 현우의 기억 속에서보다 더 부드러웠다.
유리창 너머로 도시의 불빛들이 빗속에서 번졌다. 현우는 결혼반지를 무의식적으로 만지작거렸다. 그것은 마치 작은 쇠사슬처럼 느껴졌다.
"혜진아, 내가 널 여기서 만나자고 한 이유는..." 현우의 목소리가 흔들렸다. "사실 난..."
핸드폰이 울렸다. 아내였다. 현우는 전화를 무시하고 혜진을 바라보았다. 대학 시절 첫사랑이었던 그녀와의 우연한 연락, 그리고 이어진 비밀 데이트. 아내에게는 말하지 않은 오늘의 만남.
"혜진아, 이건..." 현우가 주머니에서 작은 상자를 꺼냈다. 혜진의 눈이 반짝였다. 그러나 현우는 상자를 열지 않고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네 생일 선물이야. 너와 네 남편의 결혼 10주년을 축하해." 현우의 말에 혜진의 표정이 변했다. 상자 안에는 작은 선물카드가 있었다. 부부동반 스파 패키지였다.
"오빠..."
"혜진아, 난 널 만나러 온 게 아니야. 내 아내를 위한 서프라이즈 상담을 하러 온 거야. 네가 이벤트 회사 차린 거 알고 있었어." 혜진의 얼굴에 깨달음이 번졌다.
그때 카페 입구의 종소리가 울렸다. 현우의 아내 수진이 우산을 접으며 들어왔다. 혜진은 전문가다운 미소로 맞이했다.
"안녕하세요, 현우 씨 아내분이시죠? 남편분이 준비하신 결혼기념일 서프라이즈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있었어요."
수진의 얼굴에 놀라움이 번졌다. 현우는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 15년간의 결혼 생활에서 처음으로 한 비밀은 아내를 위한 것이었다. 창밖에는 비가 그치고 있었고, 현우의 가슴속에서는 새로운 설렘이 시작되고 있었다. 때로는 오래된 남편도 새로운 데이트를 꿈꾼다는 것을, 그는 오늘 다시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