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소설: 당신이 알지 못했던 이야기
그가 죽고 나서야 나는 내 남편이 소설가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장례식장을 정리하는 와중에 발견한 노트북 비밀번호는 우리의 결혼기념일이었다. 그것은 우리가 함께한 15년 동안 나에게 한 번도 말한 적 없는 비밀이었다.
노트북을 열자 '당신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라는 폴더가 눈에 들어왔다. 마우스 커서가 그 위에서 떨리고 있었다. 클릭하자 수십 개의 워드 파일이 나타났다. 각각의 제목은 날짜였다. 우리가 처음 만난 날부터 그가 세상을 떠난 날까지, 꼬박 15년간의 기록이었다.
첫 번째 파일을 열었다. "오늘 내 인생의 여자를 만났다. 그녀의 웃는 눈동자에는 별이 담겨 있었다." 그것은 우리의 첫 만남이었다. 카페에서 우연히 같은 책을 읽고 있던 날, 나의 웃음소리에 그가 고개를 들었던 순간이었다. 그의 묘사는 너무도 생생해서 까맣게 잊고 있던 그날의 공기 냄새까지 기억이 났다. 달콤한 라떼 향과 창가에 비친 노을빛.
매일 밤, 내가 잠든 후 그는 그날의 우리를 기록했다. 때로는 행복한 순간들, 때로는 싸움과 상처, 그리고 화해의 순간까지. 그는 나의 잠든 얼굴을 바라보며 글을 썼다고 했다. "당신이 잠든 모습은 내게 가장 아름다운 평화였다."
파일들을 넘기며 나는 울었다. 나도 모르던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그가 본 나는 더 아름답고, 더 강하고, 더 사랑스러웠다. 그의 눈에 비친 나는 완벽하지 않았지만, 그 불완전함까지도 사랑받고 있었다.
마지막 파일은 그가 병원에 입원한 날 작성되었다. "오늘 의사는 내게 한 달의 시간을 주었다. 아직 당신에게 모든 이야기를 들려주지 못했는데, 이제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 내가 떠난 후 당신이 이 글을 읽게 된다면, 당신을 위한 마지막 선물이 될 것이다. 나는 당신의 전기소설가였다. 당신이라는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의 작가였다."
노트북을 덮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비가 내리고 있었다. 15년의 시간이 방울방울 창문을 타고 흘러내렸다. 나는 그때 깨달았다. 내 인생은 그의 소설이었고, 이제 나는 그 소설의 마지막 장을 쓰고 있다는 것을. 오늘부터 나는 그가 남긴 공책에 내 이야기를 쓰기로 했다. 우리의 이야기가 끝나지 않도록, 비록 그는 떠났지만 우리의 소설은 계속되어야 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