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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소설

다이어트 소설: 100페이지의 살

고등학교 3학년 내내 읽지 못했던 소설들이 쌓여만 가는 동안, 내 몸에도 살이 쌓여갔다. 둘 다 한 번에 처리하기로 했다. 매일 저녁 30분 러닝머신 위에서 소설 한 권씩 읽는 다이어트.

어제는 카프카의 『변신』을 읽었다. 아침에 일어나 몸이 벌레로 변해버린 그레고르 잠자처럼, 나도 체중계 위에서 매일 아침 다른 사람이 되어간다. 숫자가 줄어들수록 기쁨도 줄어든다. 이상하게도.

오늘은 오웰의 『1984』다. 러닝머신 디스플레이가 빅브라더처럼 내 심장박동과 소모 칼로리를 감시한다. 땀이 이마에서 눈으로, 눈에서 책장으로 떨어져 잉크를 번지게 한다. 7kg 감량 후, 거울 속 내 모습은 마치 사상범처럼 공허했다.

"다이어트가 뭐라고 생각해?" 다이어트 어플 채팅방에서 누군가 물었다.

"목적지가 없는 여행," 내가 답했다.

63kg에서 56kg이 되었을 때, 나는 처음으로 살바도르 달리의 그림 속 녹아내리는 시계처럼 내 몸이 녹아내리는 느낌을 받았다. 허벅지 안쪽이 닿지 않고, 뼈마디가 튀어나오고, 어머니는 내게 더 많이 먹으라 했다.

그날 밤, 나는 『노인과 바다』를 읽었다. 노인이 고기를 잡으러 바다로 나가듯, 나는 매일 더 적은 숫자를 잡으러 체중계로 간다. 노인에게 고기를 잡는 것은 삶의 의미였고, 나에게 다이어트는 삶의 의미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롱펠로의 시를 읽었다. "인생은 빈 꿈이 아니다." 체중계 위에 올라가지 않았다. 대신 책장을 정리했다. 그동안 읽었던 33권의 소설을 쌓아보니 내가 감량한 kg수와 같았다. 무게를 잃고 이야기를 얻었다.

다음 날, 처음으로 내가 쓰는 소설의 첫 문장을 적었다. "그녀는 체중계에서 내려와 창가로 걸어갔다." 내 몸의 살은 빠졌지만, 이야기의 살은 붙기 시작했다. 다이어트는 끝났다. 체중계를 버렸다. 대신 노트북을 켰다.

지금 쓰고 있는 내 첫 소설의 주인공은 100kg이다. 내가 감히 가본 적 없는 세계를 상상한다. 소설 속에서 나는 더 이상 잃을 것 없이, 오직 이야기의 살만 붙여간다. 내 몸을 감량하며 비워냈던 그 공간에, 이제는 문장들이 차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