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의 대학교: 사계절이 공존하는 캠퍼스
대학교 정문을 지나는 순간, 내 앞에 펼쳐진 광경은 물리학의 법칙을 무시하는 듯했다. 왼쪽 인문대 건물 주변은 벚꽃이 흩날리는 완연한 봄이었고, 중앙도서관 앞은 찌는 듯한 여름 햇살이 내리쬐었으며, 자연과학관 쪽은 낙엽이 춤추는 가을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가장 놀라운 것은 공대 건물을 감싸고 있는 하얀 눈발이었다. 한 캠퍼스 안에 사계절이 공존하고 있었다.
"신기하지? 오리엔테이션에서 설명 안 들었어?"
옆에서 갑자기 말을 건 선배는 내 놀란 표정을 보며 미소 지었다. 그는 얇은 봄옷 위에 여름 모자를 쓰고, 가을 스카프를 두른 채 겨울 장갑을 끼고 있었다.
"여기는 '날씨의 대학교'라고 불러. 학생들의 감정이 날씨를 만든다는 거지. 시험 기간에는 공대 쪽이 더 춥고, 축제 기간에는 인문대가 더 따뜻해져. 네 감정도 곧 날씨가 될 거야."
나는 그의 말을 반신반의하며 첫 수업이 있는 인문대로 향했다. 봄바람이 내 뺨을 간질이는 느낌이 좋았다. 교수님의 열정적인 첫 강의에 감명받아 나오니, 인문대 앞 벚꽃이 더 활짝 피어있었다.
점심시간, 성적 걱정에 한숨을 쉬며 중앙도서관으로 향했더니 갑자기 온도가 올라갔다. 불안감이 높아질수록 더위도 심해졌다. 도서관 안은 마치 사우나 같았다. 학생들은 부채질을 하며 공부했고, 누군가는 얼음팩을 이마에 얹고 있었다.
오후에는 자연과학관에서 실험 수업이 있었다. 낙엽을 밟는 소리가 경쾌했지만, 바람은 쓸쓸했다. 실험 조원을 구하지 못한 채 혼자 앉아있자 내 주변으로 낙엽이 더 많이 떨어졌다. 외로움이 가을바람을 타고 퍼지는 듯했다.
마지막 수업은 공대 건물. 미적분학 교수님이 첫날부터 퀴즈를 예고하셨다. 공대 앞에 다가가자 눈발이 거세졌다. 추위가 뼛속까지 파고들었다. 교실 안은 더 했다. 창문에 서리가 맺혔고, 학생들의 숨은 하얗게 얼어붙었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기숙사로 돌아오는 길, 문득 하늘을 올려다봤다. 캠퍼스 전체를 덮고 있는 거대한 구름이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꿈틀거렸다. 그때 선배의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네 감정이 날씨가 된다."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미소를 지어봤다. 내 주변의 공기가 미세하게 변하는 것이 느껴졌다. 이 특별한 대학에서 나는 어떤 날씨를 만들어낼까? 내일의 캠퍼스는 어떤 하늘을 품고 있을까? 오늘밤, 내 꿈속에서도 사계절이 공존하는 캠퍼스를 거닐 것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