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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남사친

대학교 남사친: 그림자 너머의 진실

대학교 4년 동안 나는 그의 그림자였다. 강의실에서, 도서관에서, 술자리에서. 항상 '남사친'이라는 편리한 레이블을 달고 민우의 곁을 지켰다. 그날도 여느 때와 같았다면 좋았을 텐데.

"서연아, 이번에 소개팅 한번 해볼래?" 민우가 커피를 홀짝이며 물었다. 카페인 냄새가 가을 공기와 섞여 내 코끝을 스쳤다. 우리가 앉은 학교 뒤편 카페의 창문으로 석양이 붉게 물들고 있었다. 그의 목소리는 평소와 같았지만 그 말이 내 가슴에 침처럼 꽂혔다.

"누군데?" 무심한 척 물었다. 이미 열 번째 소개팅 제안이었다. 민우는 내가 연애를 해야 한다며 열심히 소개팅을 주선했다. 친구로서의 배려라고 했지만, 그건 사실 나를 멀리하는 가장 친절한 방법이었다.

"경영학과 김태준. 너랑 잘 어울릴 것 같아." 민우의 말에 난 억지로 미소 지었다. 캠퍼스의 잔디밭은 저녁 무렵의 황금빛으로 물들어 있었고, 도서관으로 향하는 학생들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져 있었다.

"사실... 별로 관심 없어." 용기를 내어 말했다. 내 손가락이 테이블 위에서 불안하게 움직였다. 머그잔의 따뜻함이 차갑게 느껴졌다.

"왜? 태준이 나쁜 애 아닌데." 민우의 표정이 의아했다. 그의 눈동자에 비친 내 모습이 초라해 보였다.

"다른 사람 좋아하는 것 같아서." 내 목소리는 떨렸다.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 귓가에서 쿵쿵거렸다.

"누구?" 그가 호기심 어린 눈으로 물었다. 대학교 3년 반 동안 감춰온 진실을 말할 순간이 왔다.

"너."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카페의 소음이 멀어지고, 오직 민우의 얼굴만 보였다. 놀라움, 당혹감, 그리고... 안도감? 그의 표정이 순식간에 여러 감정을 거쳐갔다.

"그런데 왜 계속 나한테 소개팅을 주선해?" 내가 물었다.

민우는 한참을 침묵했다. 그러더니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네가 더 좋은 사람 만나길 바랐어. 나보다... 더 나은 사람."

"내가 판단할 문제 아닐까?" 내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민우가 고개를 들었을 때, 그의 눈에는 내가 한 번도 보지 못한 빛이 있었다. "사실 나도 널 좋아해. 2학년 때부터... 근데 '남사친'이라는 안전한 위치에서 벗어나는 게 두려웠어. 너를 잃을까 봐."

우리의 웃음이 카페에 울려 퍼졌다. 어쩌면 대학교에서 가장 흔한 이야기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날, 캠퍼스의 석양 속에서 우리는 '남사친'과 '여사친'이라는 그림자를 벗어던졌다. 때로는 가장 멀리 있는 사람이 사실은 가장 가까이에 있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