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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노래

대학교 노래: 마지막 선율의 기억

비가 내리던 그날, 음악관 지하 연습실에서 울려 퍼진 박지민의 노래가 1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내 귓가에 맴돈다. 대학교 4학년, 졸업을 한 달 앞둔 봄날이었다.

지민은 음대생이 아니었다. 공대생이었다. 수식과 코드 사이에서 숨 쉬던 그가 매주 화요일 밤 음악관 지하 연습실을 빌리는 이유를 아는 사람은 나뿐이었다. 그의 목소리는 담배 연기에 그을린 듯 묵직했고, 손가락에는 기타 줄에 닿아 생긴 굳은살이 박혀 있었다. 공식 발표회도, 무대도 없었다. 그저 노래가 필요했던 사람이 있었고, 그 노래를 들어줄 누군가가 필요했을 뿐이다.

"이 곳을 떠나면 다시는 노래하지 않을 거야."

그의 말을 처음 들었을 때는 농담인 줄 알았다. 그가 만든 멜로디는 캠퍼스의 봄바람처럼 상쾌했고, 그의 가사는 밤샘 레포트보다 더 진실했다. 하지만 지민의 눈빛은 진지했다. 대학은 그에게 음악의 자유를 허락한 마지막 시간이었고, 사회라는 바다에 뛰어들기 전 숨을 고르는 공간이었다.

연습실 벽에는 방음재 대신 수많은 학생들의 낙서가 가득했다. '여기서 날아올랐다, 김서연', '첫 공연의 떨림, 잊지 않을게'. 그 중에서도 구석에 적힌 작은 글씨, '노래는 기억보다 오래 산다'라는 문장이 유독 눈에 들어왔다. 지민은 매번 그 문장을 읽고 나서야 기타를 꺼내곤 했다.

졸업을 일주일 앞둔 마지막 화요일, 비가 유리창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지민의 목소리가 연습실을 채웠다. 그날 그가 부른 노래는 우리의 대학 생활이었다. 첫 과제에 밤을 새우던 순간, 축제의 열기, 누군가와 나눈 첫 키스, 그리고 헤어짐까지. 모든 것이 그의 노래에 담겨 있었다.

노트북을 켜고 녹음 버튼을 누르려던 그 순간, 지민이 내 손을 잡았다. "이건 기록하지 마. 이 순간, 이 공간, 이 기분 그대로 기억 속에만 남겨두자." 나는 그의 부탁대로 녹음기를 끄고 그저 귀를 기울였다.

15년이 지났다. 지민은 대기업 엔지니어가 되었고, 나는 출판사 편집자가 되었다. 우리는 가끔 만나지만, 그 날의 노래에 대해서는 한 번도 이야기하지 않는다. 어제, 모교 동창회에 다녀왔다. 술자리가 끝나고 무심코 발길이 향한 곳은 음악관 지하 연습실이었다. 문은 잠겨 있었지만, 창문 너머로 보이는 벽에는 여전히 그 글귀가 남아있었다.

'노래는 기억보다 오래 산다'

그리고 나는 문득 깨달았다. 지민의 노래는 녹음되지 않았지만, 내 기억 속에서 여전히 생생하게 살아 숨 쉬고 있다는 것을. 어쩌면 그가 원했던 것이 바로 이것일지도 모른다. 우리의 청춘이 담긴 대학교의 노래는, 시간이 지나도 희미해지지 않는 선율로 남아 지금의 나를 위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