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다이어트: 삶은 계단처럼
계단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체육관에서의 한 시간은 속일 수 있고, 저녁 식단은 바꿀 수 있어도, 우리 대학교의 4층 인문관으로 향하는 계단은 매일 나에게 진실을 들려준다. 오늘도 2층에서 숨이 가빠온다.
개강한 지 한 달. 신입생 15kg가 나를 찾아왔을 때 다이어트를 결심했다. 고등학교 시절 날렵했던 몸은 자유와 치킨의 환희 속에 사라졌다. 철학개론 교수님이 신체의 한계를 극복하는 의지에 대해 강의할 때 나는 몰래 저녁 식단표를 작성했다. 샐러드, 닭가슴살, 그리고 이제는 눈만 마주쳐도 지겨운 단백질 쉐이크.
3층. 다리가 떨린다. 땀이 흐른다. 원래 계단이 이렇게 많았나? 눈앞이 별들로 가득 찬다. 별들 사이로 지난 밤 룸메이트와 나눈 대화가 떠오른다.
"교수님이 레포트 제출 기한 연장해줬대. 오늘 밤 치맥 어때?" 그의 말에 내 의지는 마른 종이처럼 타올랐다가 사그라들었다.
"다음에." 내가 말했다. "오늘은 도서관에서 공부해야 해."
거짓말이었다. 피트니스센터에서 한 시간을 보냈다. 그곳에서 만난 선배는 다이어트의 비결이 있다며 속삭였다. "대학 생활은 선택의 연속이야. 치킨을 먹을 것인가, 아니면 내일 아침 거울을 볼 수 있을 것인가."
4층. 드디어 도착했다. 세미나실 유리창에 비친 내 모습은 한 달 전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왜 계단을 오르는 건 여전히 힘들까? 의자에 앉으며 오늘의 세미나 주제를 본다. '인간의 의지와 자기 계발의 신화'
교수님은 말한다. "현대 사회는 자기 계발을 통한 완벽한 자아 실현을 강요합니다. 하지만 이는 신화에 불과합니다."
노트북을 열고 타이핑을 시작한다. 어제 쓴 다이어트 계획표와 오늘의 세미나 필기가 같은 문서에 뒤섞인다. 그때 옆자리 여학생이 몰래 초콜릿을 건넨다. 망설임 없이 받아들며 그녀에게 미소 짓는다.
세미나가 끝나고 다시 계단을 내려간다. 이번엔 조금 가볍게 느껴진다. 오늘 하루 동안 진짜로 바뀐 것은 체중이 아니라 내 생각이었다는 깨달음이 찾아온다. 다이어트는 결국 몸무게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내가 누구인지 알아가는 과정이었다.
캠퍼스를 걸으며 문득 깨닫는다. 대학교에서의 진짜 다이어트는 필요 없는 기대와 강박을 덜어내는 것.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진실을. 내일도 나는 4층 계단을 오를 것이다. 조금 더 가뿐하게, 조금 더 나답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