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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데이트

대학교 데이트: 우리가 속삭였던 도서관의 비밀

도서관 창가에 앉아 빗방울을 세는 것이 우리의 첫 데이트였다. 대학교 3학년, 봄비가 내리는 날이었다. 민지는 문학책 사이에서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았고, 나는 그녀의 눈동자에서 빗방울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읽었다.

"창문에 맺힌 빗방울이 몇 개인지 세어볼래?" 그녀가 속삭였다. 어이없는 제안이었지만, 이상하게도 거절할 수 없었다. 이게 4년 전의 일이다.

우리는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문학관 3층 서가 사이에서 만났다. 책을 읽는 척하며 손끝으로 메모를 주고받았다. 인문대 민지와 공대생인 내가 교차하는 시간표 속에서 겨우 찾아낸 틈새였다. 도서관의 나무 책상은 우리의 낙서로 가득했다. 연필로 희미하게 그었다가 지우개로 지워버리는, 누구도 모르는 우리만의 흔적.

사람들은 캠퍼스 데이트라고 하면 벚꽃 아래 걷거나 학생회관에서 커피를 마시는 모습을 상상한다. 하지만 우리에게 데이트란 책장 사이 틈으로 서로를 발견하는 것이었다. 그녀가 철학서를 뒤적이는 모습, 읽다 말고 창밖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기는 순간, 그 모든 것이 나에게는 풍경이었다.

"사랑이 뭐라고 생각해?" 어느 날 민지가 물었다. 마치 맑은 날 갑자기 내리는 소나기 같은 질문이었다.

"글쎄, 아마도... 이런 거 아닐까?" 나는 답했다. "같은 책의 같은 페이지를 읽고 있는 것 같은 느낌?"

민지는 웃었다. 그 웃음소리가 도서관에 울려 퍼질까 봐 얼른 손으로 입을 가렸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들렸다. 책장 사이로 새어 나오는 봄의 소리.

졸업을 한 달 앞둔 겨울, 우리는 마지막 데이트를 했다. 같은 자리, 같은 창가. 이번에는 눈이 내렸다. 민지는 도쿄로 유학을 떠나기로 했고, 나는 대기업에 취직이 확정된 상태였다.

"이제 빗방울 대신 눈송이를 세어야겠네," 내가 말했다.

민지는 책상 아래로 내 손을 꼭 잡았다. 그때 그녀가 꺼낸 것은 우리가 처음 만났던 날, 내가 그녀에게 빌려줬던 공학도서였다. 4년 동안 반납하지 않은 그 책의 페이지 사이에는 우리가 주고받은 쪽지들이 고스란히 보관되어 있었다.

"도서관 연체료가 얼마나 나왔을까?" 그녀가 웃으며 물었다.

나는 대답 대신 그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폈다. 거기에 써 있었다. 우리가 세었던 빗방울의 숫자와, 도서관에서 함께 보낸 시간들. 그리고 마지막 문장 - "언젠가 같은 책의 같은 페이지를 다시 읽게 된다면, 그때는 끝까지 함께 읽자."

지금도 가끔, 비 오는 날이면 대학교 도서관을 찾는다. 그날의 자리에 앉아 창가의 빗방울을 세며, 누군가의 손끝이 남긴 희미한 낙서를 찾아본다. 그리고 생각한다. 어쩌면 사랑이란, 떠나간 후에도 같은 페이지를 계속 읽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