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로맨스: 우리가 읽지 못한 페이지
도서관 책장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이 그녀의 얼굴을 비추었을 때, 나는 처음으로 시간이 멈추는 기분을 알게 되었다.
서른다섯 살의 대학 교수가 된 나는 10년 전 내가 앉았던 바로 그 자리에서 학생들의 논문을 검토하고 있었다. 도서관의 오래된 나무 책상은 여전히 같은 자리에 있었고, 창문으로 들어오는 가을 햇살은 여전히 같은 각도로 책장을 비추고 있었다. 모든 것이 같았지만, 내 인생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교수님, 이 자료 찾는 것 좀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
고개를 들어보니 심리학과 3학년 민지가 서 있었다. 모범생이었지만 항상 조용했던 그녀가 직접 질문을 하러 온 것이 의외였다.
"내가 학생일 때도 항상 그 자리에 있던 책이었는데,"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를 따라 책장 사이로 걸어갔다. "재미있게도 사람들은 잘 찾지 않지만 가장 귀중한 자료가 담긴 책이야."
좁은 책장 사이, 우리의 어깨가 스치는 순간 이상한 익숙함이 느껴졌다. 민지의 손이 책장을 향해 뻗을 때, 그녀의 손목에 있는 작은 점이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혹시... 그 책은..." 민지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교수님이 10년 전에 꽂아두신 건가요?"
나는 숨을 들이마셨다. "어떻게 알았지?"
"안에 노트가 있어요. 누군가의 첫사랑에 관한 이야기가." 그녀의 목소리가 떨렸다. "제가 1학년 때 우연히 발견했어요. 그 후로 매년 그 책을 읽었죠."
대학 시절, 나는 내가 사랑했던 여학생에게 감히 고백하지 못하고 대신 그 마음을 노트에 적어 도서관 구석의 책 속에 숨겨두었다. 그것은 내 첫사랑을 향한 고백이자 작별인사였다.
"교수님이 썼던 그 노트를 읽고 저도 같은 자리에 제 이야기를 남겼어요." 민지가 책장에서 오래된 심리학 교재를 꺼내 펼쳤다. 그 안에는 내가 쓴 노트와 함께, 다른 필체로 쓰인 여러 편의 답장이 있었다.
"10년 동안..." 나는 말을 잇지 못했다.
"네. 처음엔 그냥 낯선 사람의 이야기에 답장을 쓴 거였어요. 그런데 교수님의 수업을 듣게 되면서, 그 목소리가 익숙하다고 느꼈죠." 그녀의 눈이 반짝였다. "그리고 어제 교수님이 강의 중에 '가끔은 우리가 찾지 않은 페이지에 가장 중요한 내용이 담겨 있다'고 말씀하셨을 때, 확신했어요."
햇살은 여전히 책장 사이로 스며들고 있었지만, 이제 그것은 과거가 아닌 새로운 시작을 비추고 있었다. 대학 캠퍼스의 시간은 때로는 멈추기도, 때로는 원을 그리며 돌아오기도 한다는 것을, 우리는 그렇게 깨달았다.
민지는 책을 다시 꽂으며 미소 지었다. "교수님, 가끔은 우리가 쓰지 않은 이야기가 누군가에 의해 계속 이어지기도 하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