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보드게임: 내기의 끝
인생이라는 주사위는 대학 기숙사 방바닥에서도 굴러간다. 우리가 '운명 게임'이라 부르던 그 보드게임을 처음 펼쳤을 때, 나는 그것이 우리의 미래를 정말로 결정짓게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룰은 간단해. 주사위를 굴려서 나온 칸의 지시를 무조건 따라야 해. 거부하면 대학에서 가장 소중한 걸 잃게 돼." 민준이 말했다. 기숙사 창문을 두드리는 가을비 소리가 그의 말에 묘한 긴장감을 더했다. 어둠 속에서 빛나는 보드게임의 형광색 말들이 우리 넷의 얼굴을 기괴하게 물들였다.
그날 밤, 우린 술에 취해 그 게임에 모든 것을 걸었다. 졸업 후 진로, 사랑, 심지어 꿈까지. 주사위를 굴릴 때마다 '운명'이란 이름의 카드를 뽑았고, 그 카드에 적힌 지시를 따랐다. 처음엔 장난스러웠다. 수지는 '강의실에서 고백하기' 미션을 받았고, 태현이는 '전공 바꾸기' 카드를 뽑았다.
그 게임이 끝난 후, 기이하게도 카드의 내용들이 하나둘 현실이 되기 시작했다. 수지는 정말로 짝사랑하던 교수에게 고백했다가 학점을 망쳤고, 태현이는 정말로 전공을 바꿨다. 우리는 그것을 우연이라 치부했다.
내 차례에 뽑은 카드는 '가장 두려운 진실을 친구에게 말하기'였다. 나는 대학 입시에서 부정행위를 했다는 사실을 털어놓았다. 그 순간 친구들의 얼굴에 스친 실망감이 아직도 선명하다. 그 후 누군가 익명으로 학교에 신고했고, 나는 정학 처분을 받았다.
마지막으로 게임을 한 민준이는 '가장 소중한 것을 내려놓기' 카드를 뽑았다. 그는 웃으며 "난 게임일 뿐이야"라고 말했지만, 일주일 후 그가 품고 있던 대학원 진학의 꿈을 접고 창업을 선언했을 때, 우리는 더 이상 우연이라 할 수 없었다.
졸업을 한 달 앞둔 지금, 우리는 다시 그 게임을 찾아냈다. 먼지 쌓인 기숙사 창고 구석에서 발견한 그 게임은 처음 보는 것처럼 새것이었다. 게임 설명서 마지막 페이지에는 희미한 글씨로 이렇게 적혀 있었다.
"인생은 게임이 아니지만, 이 게임은 인생입니다."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보드게임 위에 놓인 주사위가 창문에서 새어 들어온 달빛에 반사되어 빛났다. 민준이 먼저 입을 열었다. "마지막으로 한 판 더 할래? 우리의 진짜 미래를 결정하는 거야." 그의 눈에는 두려움과 호기심이 공존했다.
주사위를 잡으며 나는 생각한다. 대학이란 시간은 결국 하나의 거대한 보드게임인지도 모른다고. 우리는 모두 자신의 말을 움직이며 미래라는 종착점을 향해 가는 플레이어일 뿐. 다만 우리가 잊고 있던 것은, 때로는 게임의 규칙을 바꾸는 것도 플레이어의 권한이라는 사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