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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부모님

대학교의 그림자, 부모님의 빛

가방 속에 담긴 합격통지서가 바위처럼 무거웠다. 서울대 경영학과.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의 꿈이 내 손에 들려있었다.

아버지의 서재에 걸린 서울대 졸업장이 항상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어머니의 서울대 경영학과 동문회 뱃지는 그녀의 가방에서 언제나 반짝였다. 우리 집에서 서울대는 공기처럼 당연했고, 경영학과는 이미 정해진 운명이었다. "우리 가문의 전통이야," 아버지는 내가 열 살 때부터 그렇게 말씀하셨다.

합격자 발표 날, 부모님의 얼굴에서 환한 미소가 번졌다. 아버지는 평생 모아온 위스키를 꺼내셨고, 어머니는 내가 좋아하는 갈비찜을 준비하셨다. 그들의 기쁨은 내 방의 문틈으로 새어 들어왔지만, 나는 침대에 누워 천장만 바라봤다. 내 손가락은 피아노 건반을 누르는 동작을 무의식적으로 반복했다.

"음악은 취미로 충분해." 어머니의 말씀이 귓가에 맴돌았다.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했을 때도, 작곡한 곡이 학교 축제에서 연주됐을 때도, 그들의 반응은 항상 같았다. 온화한 미소와 함께, "하지만 미래는 경영학과에 있단다."

학교 생활은 예상보다 더 괴로웠다. 경영학 교수님들의 열정적인 강의 속에서 나는 오로지 창문 너머 음대 건물만 바라봤다. 밤늦게 도서관에서 나오는 길, 음대에서 흘러나오는 피아노 소리에 발걸음이 저절로 멈춰 섰다. 손가락이 가방 끈을 피아노 건반처럼 두드렸다.

중간고사 성적표를 받아든 날, 나는 처음으로 부모님께 진실을 말씀드렸다. 떨리는 손으로 내밀었던 것은 경영학과 성적표가 아닌, 음대 편입 원서였다.

"우리를 실망시키려고 이러는 거니?" 아버지의 목소리가 떨렸다.

"네 미래를 망치게 할 수 없어." 어머니의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

그날 밤, 아버지의 서재에 들어갔다. 늘 위압적이던 서울대 졸업장 아래에는 한 번도 본 적 없던 낡은 기타가 놓여있었다. 서랍 깊숙이 숨겨진 앨범에는 젊은 아버지가 대학 밴드에서 연주하는 사진이 있었다. 그리고 어머니의 서재에서는 무용 콩쿠르 상장들이 발견됐다.

다음 날 아침, 침묵 속에서 식사가 이어졌다. 마지막 밥숟가락을 내려놓으며 내가 말했다. "어제 발견했어요. 아버지의 기타와 어머니의 무용 상장들을."

그 순간 부모님의 눈에서 무언가가 부서졌다. "우리는... 우리는 단지 너에게 우리가 겪었던 고통을 물려주고 싶지 않았을 뿐이야." 아버지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그 날 저녁, 세 사람은 처음으로 진짜 대화를 나눴다. 아버지의 미완성 작곡, 어머니의 포기한 발레 꿈, 그리고 그들이 그토록 지키려 했던 것이 내가 아닌 자신들의 상처였다는 비밀이 드러났다.

일 년 후, 나는 음대 편입생이 되었다. 졸업 연주회 날, 가장 앞줄에는 두 사람이 앉아 있었다. 아버지는 서재의 졸업장 자리에 내 첫 작곡 악보를 걸었고, 어머니는 동문회 뱃지 대신 피아노 모양 브로치를 달았다. 부모님의 꿈이 내 안에서 새롭게 태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