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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소설

대학교 소설: 제목 없는 이야기들

모든 문장의 첫 글자가 없어지기 시작한 건 내가 대학교 3학년이 되던 봄이었다. 책장을 넘기면 ' 리고 봄이 왔다'와 같은 식으로 첫 글자가 사라진 채로 인쇄되어 있었다. 처음엔 단순한 인쇄 오류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점점 더 많은 책들에서 같은 현상이 나타났고, 내가 구매한 문학 전집도, 도서관에서 빌린 소설책도 모두 첫 글자가 사라져 있었다.

문학창작학과 조교실에서 나는 교수님께 이 이상한 현상에 대해 말했다. 그는 의아한 표정으로 내 손에 들린 『난쏘공』을 살펴보더니 고개를 갸웃했다. "정상적으로 보이는데요?" 그때 깨달았다. 이 현상은 나에게만 보이는 것이었다.

대학 도서관의 구석진 자리에 앉아 처음으로 공포를 느꼈다. 내 손에 들린 교과서도, 소설책도, 심지어 휴대폰의 문자 메시지까지도 첫 글자가 모두 사라져 있었다. 독서실의 형광등 불빛 아래, 종이에서 올라오는 묵직한 먼지 냄새와 함께 나는 떨리는 손으로 내 노트를 펼쳤다. 내가 쓴 글조차도 첫 글자가 사라져 있었다.

"어쩌면 너는 모든 시작을 두려워하는 거야." 창작 수업의 김 교수가 내 소설 원고를 돌려주며 했던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너의 소설은 항상 중간부터 시작해. 진짜 시작을 회피하고 있어."

나는 결국 상담센터를 찾았다. 심리 상담사는 이것이 '선택적 문자 인지 장애'의 한 형태일 수 있다고 했다. 스트레스, 불안, 또는 트라우마로 인해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그리고 물었다. "학업에 어려움은 없나요? 특히 글쓰기와 관련해서?"

그 질문이 나를 뒤흔들었다. 대학교 4년 내내 나는 소설가가 되기 위해 창작학과에서 공부했지만, 단 한 편의 완성된 이야기도 쓰지 못했다. 항상 중간부터 시작했고, 결말을 피했다. 나는 시작하는 것을 두려워했다.

그날 밤, 나는 백지 앞에 앉았다. 떨리는 손으로 펜을 들었다. 첫 글자를 쓰려는 순간, 펜에서 잉크가 나오지 않았다. 다른 펜으로 바꿔도 마찬가지였다. 그때 문득 깨달았다.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시작이 아니라 실패였다.

다음 날, 나는 모든 소설책을 모아 첫 페이지만 읽기 시작했다. 카프카의 『변신』,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무라카미의 『상실의 시대』... 모든 위대한 소설의 첫 문장을 필사했다. 그리고 마침내 내 이야기의 첫 문장을 썼다. 놀랍게도 그 글자는 사라지지 않았다.

지금, 나는 대학 도서관에 앉아 내 첫 소설의 마지막 페이지를 완성했다. 창밖으로 졸업을 앞둔 캠퍼스의 봄날이 펼쳐진다. 내일이면 출판사에 원고를 보낼 것이다. 아마도 거절당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더 이상 두렵지 않다. 왜냐하면 이제 나는 안다. 모든 위대한 소설이 그러했듯, 진정한 이야기는 첫 글자를 쓰는 용기에서 시작된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