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에서의 썸타기: 우리의 불완전한 춤
그녀의 웃음소리가 도서관 구석을 채우는 순간, 나는 문득 대학 4년이 얼마나 빨리 흘러갈 수 있는지 깨달았다. 3월의 햇살이 큰 창문을 통해 쏟아져 들어오고, 그 빛 속에서 민지의 실루엣이 이상하게 신성해 보였다. 우리는 같은 문학과 3학년이었지만, 이번 학기에 처음 같은 수업을 듣게 되었다.
"저기, 이 부분 이해했어? 교수님이 말한 '문학적 역설'이 뭔지 모르겠어." 내가 물었다. 사실 나는 그 개념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었다. 그저 대화의 물꼬를 트기 위한 핑계였을 뿐.
민지는 책을 내려놓고 내 노트를 들여다보았다. 그녀의 머리카락에서 살구향 샴푸 냄새가 났다. "음, 내가 이해한 바로는..." 그녀의 목소리는 항상 조용했다. 마치 귀중한 비밀을 나누는 것처럼.
우리의 관계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도서관에서의 스터디, 간간이 오가는 카카오톡 메시지, 수업 후 함께하는 늦은 점심. 둘 다 관계의 경계를 명확히 정의하지 않았다. 친구 이상, 연인 미만. 대학생들이 좋아하는 이름, '썸'이었다.
"너 민지랑 사귀는 거야?" 룸메이트가 물었을 때,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아니, 그냥 친한 거야."
봄은 여름이 되었고, 여름 방학에는 각자의 고향으로 돌아갔다. 가끔 보내는 메시지에는 항상 공백이 있었다. 말하고 싶지만 말할 수 없는 것들로 가득한 공백. '보고 싶다'라는 단어는 백 번도 더 타이핑했다가 지웠다.
가을학기가 시작되었을 때, 캠퍼스는 새로운 에너지로 가득 찼다. 그리고 민지는 갈색 머리를 검은색으로 염색했다. "변화가 필요했어," 그녀는 말했다. 나는 그 말의 의미를 해석하려 애썼다.
학교 축제날 밤, 우리는 캠퍼스 뒤편 작은 언덕에 앉아 불꽃놀이를 봤다. 그녀의 손이 내 손 옆에 있었지만, 나는 잡지 않았다. 대신 별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어떤 별들은 우리가 보는 순간에도 이미 죽어있다는 사실에 대해.
"우리가 지금 하는 거," 민지가 갑자기 말했다. "이거 썸 맞지?"
나는 웃음으로 대답을 회피했다. "그런 것 같기도 하고..."
"난 더 이상 못하겠어," 그녀가 말했다. 그녀의 눈에는 결의가 서려 있었다. "이건 마치... 영원히 서론만 쓰는 논문 같아. 언제 본론으로 넘어가는 거야?"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우리의 썸타기는 실패한 용기의 산물이었다. 서로에게 가까이 다가가고 싶지만, 거절당할까 두려워 한 발짝도 더 내딛지 못하는 우리의 불완전한 춤이었다.
"민지야," 내가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그때 갑자기 내 전화가 울렸다. 졸업 후 취업 준비를 도와주던 교수님이었다. 중요한 연락이었다.
통화가 끝나고 돌아왔을 때, 민지는 이미 자리를 떠났다. 그녀가 남긴 것은 잔디 위에 놓인 작은 종이쪽지뿐. "용기 내서 다가오거나, 아니면 완전히 떠나거나. 중간은 없어."
대학교 4년의 시간은 짧다. 그러나 때로는 그 시간 속에서 평생을 좌우할 결정들이 이루어진다. 그날 밤, 나는 마침내 깨달았다. 인생은 영원한 썸타기처럼 살 수 없다는 것을. 결국 우리는 모두 뛰어들거나, 돌아서거나, 둘 중 하나의 결정을 내려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