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에서 발견한 아내: 흐릿한 경계선
칠판에서 내 강의 노트가 점점 희미해져 갈 때, 세미나실 맨 뒷자리에 그녀가 앉아 있었다. 모든 학생의 얼굴은 익숙했지만, 그녀의 얼굴만큼은 지워지지 않는 기억처럼 선명했다. 왜냐하면 그녀는 내 아내였으니까.
"교수님, 마르크스의 상품 물신성에 대해 더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그녀가 손을 들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강당을 채우는 다른 학생들의 소음 사이로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흘렀다. 그러나 나는 그 질문에 답하지 못했다. 사회학 박사인 내가 20년 동안 읽어온 마르크스의 이론이 순식간에 머릿속에서 증발해버렸다.
민지는 15년 전 이 대학교 동일한 강의실에서 내 수업을 들었던 학생이었다. 우리는 졸업 후 만났고, 결혼했다. 그리고 3년 전, 그녀는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적어도 내가 알기로는.
수업이 끝난 후, 그녀는 다른 학생들과 함께 자연스럽게 문을 향해 걸어갔다. 심장이 터질 듯한 느낌으로 그녀를 따라잡았다. "잠시만요."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건드렸다. 그녀가 돌아섰을 때, 창문으로 들어오는 오후의 햇살이 그녀의 얼굴을 비추었다. 내 아내와 똑같은 눈, 똑같은 입술, 심지어 왼쪽 뺨의 작은 점까지.
"교수님, 무슨 일이신가요?" 그녀의 눈에는 당혹감만 있을 뿐, 인식의 흔적은 없었다.
"혹시... 민지 씨인가요?"
"아니요, 제 이름은 서연입니다. 서연 김." 그녀는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마저 민지의 것과 똑같았다. "제가 교수님 아내를 닮았나 보네요?"
그 말에 내 심장이 무너져 내렸다. 어떻게 그녀가 내 아내에 대해 알고 있을까? 학교에서는 개인사를 특별히 공유한 적이 없었다.
"그걸 어떻게..."
"교수님 책상에 있는 사진이요. 지난주 상담할 때 봤어요." 그녀는 자연스럽게 대답했다. "정말 아름다운 분이세요. 저와 닮았다고 생각하시니 영광이에요."
한 학기가 지났다. 서연은 내 수업에서 가장 열정적인 학생이었다. 때로는 민지가 좋아했던 것과 똑같은 질문을 했고, 때로는 민지처럼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생각에 잠겼다. 그럴 때마다 현실과 환상 사이의 경계가 흐려졌다.
학기 마지막 날, 서연이 내 연구실 문을 두드렸다. "교수님, 다음 학기에도 선생님 수업을 듣고 싶어요."
"물론이지." 나는 미소를 지었다. "사실... 당신이 내 아내를 닮았다고 말한 건 미안해요."
"괜찮아요." 그녀가 말했다. "사실..."
그 순간, 그녀의 핸드폰이 울렸다. 그녀는 화면을 확인하고 미소를 지었다. "죄송해요, 교수님. 제 남편이에요. 약속 시간이 다 되어가네요."
그녀가 떠난 후, 나는 창문을 통해 캠퍼스를 내려다보았다. 서연이 건물을 나와 한 남자를 향해 걸어갔다. 그들이 포옹할 때, 내 가슴에서 무언가가 움직였다. 그 남자는 내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녀의 웃음소리가 바람을 타고 내 연구실까지 들려오는 것 같았다. 민지의 웃음소리와 똑같이.
연구실 서랍에서 오래된 결혼사진을 꺼냈다. 이제 그것은 단순한 기억의 조각이 아니라, 어떤 가능성의 증거처럼 느껴졌다. 아마도 우리의 영혼은 여러 생에 걸쳐 같은 대학교 캠퍼스에서 만나도록 정해져 있는지도 모른다. 다른 이름으로, 다른 얼굴로, 하지만 언제나 같은 영혼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