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여사친: 반짝이는 착각의 경계선
경계선을 그어놓은 적은 없었다. 우리는 그저 아무 생각 없이 대학교 4년을 함께 걸었을 뿐이다. 민지는 내가 첫 발표를 망쳤을 때 유일하게 눈을 마주쳐준 사람이었고, 나는 그녀가 밤새 과제를 끝내고 강의실 뒷자리에서 졸 때마다 커피를 사다 주었던 사람이었다.
"너 이거 봤어? 서준이랑 민영이 결혼한대." 민지가 휴대폰 화면을 내 얼굴 앞으로 들이밀었다. 우리 학과 동기들의 웨딩 소식이었다. 카페 창가로 쏟아지는 늦가을 햇살이 그녀의 검은 머리카락 사이로 반짝였다. 졸업 후 3년, 우리는 여전히 한 달에 한 번씩 만나는 '그냥 친구'였다.
"벌써? 걔네도 우리랑 동갑 아냐?" 내가 말했다. 민지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대학 시절부터 그 미소는 내게 안도감을 주는 신호였다.
"그러게. 다들 인생이 빨라. 너도 누구 만나?" 그녀가 커피를 홀짝이며 물었다. 질문 속에 담긴 진짜 의미를 찾으려 애썼지만, 언제나처럼 그저 친구의 무해한 호기심으로 들렸다.
"아니, 별로. 회사일 바빠서." 나는 거짓말을 했다. 사실 바쁜 이유는 이런 만남을 기다리느라 다른 약속을 잡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도." 민지가 말했다. "근데 솔직히 외롭기도 해. 가끔은 그냥... 아무나 만나볼까 싶다가도, 그러기엔 너무 겁이 나더라."
그 순간 카페의 모든 소음이 사라진 듯했다. 학창 시절 내내 거절당할까 두려워 꺼내지 못했던 말들이 목구멍까지 차올랐다가 다시 가라앉았다. '여사친'이라는 단어 안에 안전하게 숨어 있던 내 마음이 갑자기 폭로되는 것 같았다.
"민지야, 사실은..." 말을 꺼내려는 순간, 그녀의 휴대폰이 울렸다.
"미안, 회사에서 급한 연락이야." 그녀가 통화를 마치고 돌아왔을 때는 이미 얼굴에 아쉬움이 가득했다. "먼저 가봐야 할 것 같아. 다음에 꼭 이어서 얘기하자."
민지가 서둘러 자리를 떠나고, 나는 그녀가 두고 간 반쯤 마신 커피잔을 바라보았다. 립스틱 자국이 선명한 잔 가장자리에서 그녀의 존재를 느꼈다. 대학교 4년, 그리고 졸업 후 3년. 우리는 얼마나 많은 커피잔을 함께 비웠을까.
집으로 돌아오는 길, 주머니 속 핸드폰이 울렸다. 민지였다. "아까 하려던 말, 뭐였어?" 문자에는 웃는 이모티콘이 붙어있었다. 내 손가락이 키보드 위에서 머뭇거렸다. 일곱 해의 우정이, 하나의 문장으로 무너질 수도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나는 마침내 경계선을 건넜다. "내일 저녁에 만나서 제대로 말해도 될까?" 발신 버튼을 누른 순간, 대학교 캠퍼스 벚꽃길을 함께 걷던 봄날이 떠올랐다. 어쩌면 우리는 언제나 경계의 반대편에서,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