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영상: 나의 안개 속 기억
유튜브 알고리즘이 추천한 영상을 클릭했을 때, 내 인생의 가장 큰 실수가 될 줄은 몰랐다. 제목은 단순했다. '2023학번 K대 새내기 MT 현장'.
화면에 펼쳐진 낯익은 대학교 캠퍼스에 숨이 턱 막혔다. 3년 전 나의 모습이 거기 있었다. 호수 옆 벤치에 앉아 누군가와 웃고 있는 내가. 카메라는 그저 스쳐 지나갔을 뿐인데, 그 2초의 장면이 나를 얼어붙게 했다.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아니 기억하지 않기로 한 순간이었다.
손가락이 떨리며 화면을 정지시켰다. 내 옆에 앉아있던 여자의 얼굴. 민지. 우리가 마지막으로 함께 있던 날이었다. 세미나실에서 그녀를 찾았던 그날 밤 이후, 학교는 그녀의 실종 소식으로 발칵 뒤집혔고, 나는 가장 마지막에 그녀와 함께 있었던 사람으로 조사를 받았다.
영상 속 우리는 웃고 있었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무슨 농담을 주고받았는지, 왜 그렇게 행복해 보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의사는 내게 '트라우마성 기억 상실'이라 했다. 하지만 이 영상은 내 기억의 틈새를 파고들며 질문을 던졌다.
영상을 다시 재생했다. MT의 소음과 웃음소리 사이로 민지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거 꼭 기억해줘, 오빠가 약속했잖아." 땀이 등을 타고 흘렀다. 약속? 무슨 약속을 했지? 그녀가 내게 무언가를 건넸다. 작은 USB였다.
옷장 깊숙이 던져두었던 당시의 가방을 찾아 뒤졌다. 안쪽 지퍼가 달린 주머니 속, 검은색 USB가 있었다. 떨리는 손으로 노트북에 연결했다. 한 개의 영상 파일만이 들어있었다.
재생 버튼을 누르자, 민지의 얼굴이 화면을 가득 채웠다. "만약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 이 영상을 경찰에 보내줘." 그녀의 목소리는 떨렸지만 결연했다. "교수님이... 내게 계속 접근하고 있어. 성적 때문에 내가 어쩔 수 없이..." 그녀의 고백이 이어졌다. 교수실에서의 일들, 협박, 그리고 그녀가 모든 증거를 모아왔다는 사실까지.
화면이 검게 변하고, 방 안에는 내 거친 숨소리만 남았다. 그날 밤 세미나실에서 그녀가 떨리는 목소리로 했던 말이 기억났다. "오빠, 난 더 이상 못 참아. 오늘 학장님께 모든 걸 말할 거야." 그리고 그 후의 기억은... 없었다.
다시 유튜브 영상을 봤다. 카메라가 우리를 지나 멀어지며, 호수 건너편에 서 있는 한 남자를 잠깐 비췄다. 얼굴은 흐렸지만, 그 실루엣은 분명 법학과 김 교수였다. 그가 우리를 지켜보고 있었다.
내 안의 안개가 걷히기 시작했다. 기억의 조각들이 맞춰지는 소리가 들렸다. 내가 왜 그날 밤의 기억을 지웠는지, 그리고 왜 민지를 찾지 않았는지. 마우스 커서가 '신고하기' 버튼 위에서 떨렸다. 늦었지만, 이제야 내 약속을 지킬 차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