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요리사: 레시피에 담긴 청춘
첫 번째 화학 실험에서 나는 비커를 폭발시켰고, 마지막 요리 실험에서는 학장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인생이란 참 묘한 레시피다.
대학교 3학년, 화학과를 자퇴하기로 결심한 날이었다. 연구실 창문으로 쏟아지는 오후의 햇살이 실험대 위 유리 기구들에 반사되어 천장에 무지개를 만들고 있었다. 아름다웠지만, 내게는 더 이상 의미가 없었다. 수식과 원소기호들은 내 뇌를 자극하지 못했고, 실험 결과들은 내 심장을 뛰게 하지 않았다.
"민준아, 너 요즘 왜 그러냐?" 교수님의 물음에 나는 그저 웃음으로 답했다.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는가. 새벽 두 시, 기숙사 공용 주방에서 라면에 계란을 떨어뜨리며 느끼는 짜릿함이, 화학 반응식을 완성했을 때보다 더 큰 기쁨을 준다는 사실을.
자퇴 신청서를 제출한 날, 나는 캠퍼스 뒷골목의 작은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대학생 식당'이라는 평범한 이름의 그곳은 하루 종일 학생들로 북적였다. 좁은 주방에서 땀을 흘리며 배운 것은 화학보다 더 복잡하고 신비로운 요리의 세계였다. 소금 한 꼬집의 차이가 전체 맛을 바꾸고, 불의 세기가 음식의 영혼을 결정했다.
"이게 다 비율이야, 비율." 주방장 김 씨는 항상 그렇게 말했다. 그의 말은 내가 화학 시간에 배운 몰 농도와 묘하게 겹쳤다. 어쩌면 나는 학문을 버린 게 아니라, 다른 형태로 계속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식당 일을 시작한 지 6개월째, 나는 우연한 기회로 학교 축제 요리 경연대회에 참가하게 되었다. 전 화학과 학생이 요리 대회에 참가한다는 소문이 캠퍼스를 휩쓸었다. 전과 동기들은 비웃었고, 화학과 교수님들은 실망스러운 눈빛을 보냈다.
경연 날, 나는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화학 실험에서 배운 정확성, 식당에서 터득한 감각, 그리고 내 가슴을 뛰게 하는 열정까지. 내가 만든 것은 평범한 된장찌개였지만, 화학적 정밀함으로 계산된 재료의 비율과 열처리 시간이 만들어낸 맛은 평범하지 않았다.
"이렇게 과학적인 맛은 처음이군." 심사위원장이자 우리 학교 학장이었던 박 교수는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 "자네, 화학을 버리지 않았구먼. 다만 다른 방식으로 실천하고 있을 뿐이지."
그날 밤,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고 기숙사로 돌아오는 길에 나는 깨달았다. 화학식이 적힌 실험 노트 대신 요리 레시피를 적는 노트를 들고 다니게 되었지만, 나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다만 내가 찾은 것은 분자의 세계가 아닌, 맛의 세계였을 뿐.
다음 학기, 나는 식품공학과로 편입했다. 캠퍼스를 걸으며 예전 화학과 건물을 바라볼 때면, 가끔 후회가 밀려오기도 한다. 하지만 주방에 들어서는 순간, 내 심장이 뛰는 소리를 들으면 알게 된다. 인생의 레시피에는 때로는 예상치 못한 재료가 필요하다는 것을. 그리고 그 맛을 음미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 바로 대학 생활의 진정한 의미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