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운동장의 마지막 달리기
숨이 턱까지 차오를 때까지 달리고 나서야 내 인생이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다는 것을 깨달았다. 대학교 트랙을 새벽녘에 홀로 달리는 것은 4년 내내 내 일상이었지만, 오늘은 달랐다. 졸업을 하루 앞둔 아침이었다.
차가운 새벽 공기가 폐 속으로 파고들고, 운동화가 트랙에 닿을 때마다 익숙한 '둔탁' 소리가 귓가를 채웠다. 땀방울이 이마에서 턱을 타고 흘러내렸다. 붉은 트랙은 아직 어둠에 잠겨 있었지만, 동쪽 하늘은 이미 푸르스름한 빛을 띄기 시작했다. 대학교 운동장은 내게 단순한 공간이 아니었다. 그곳은 내 삶의 방향을 바꾼 곳이었다.
"체육특기생이 아니면 대학교 트랙에서 뭐 하는 거야?" 1학년 때 누군가 던진 이 질문은 내게 도전장이었다. 그날부터 나는 매일 아침 5시, 아무도 없는 이 트랙을 달리기 시작했다. 내 전공인 경영학과는 어울리지 않는 취미였지만, 운동은 내게 숨통을 틔워주는 유일한 탈출구였다.
트랙을 돌던 중 갑자기 오른쪽 무릎에서 낯익은 통증이 쏘아올랐다. 3학년 때 다친 후 완전히 낫지 않은 부상이었다. 그때 의사는 "더 이상의 격렬한 운동은 평생 무릎을 망가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었다. 하지만 나는 그 말을 무시하고 계속 달렸다.
통증을 참으며 한 바퀴를 더 돌았다. 대학교 건물들이 새벽 빛에 점차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매일 지나쳤던 중앙도서관, 수업을 들었던 강의동, 친구들과 술을 마셨던 학생회관... 이 모든 것들이 내일부터는 추억으로만 남을 것이다.
"김준호, 여기서 뭐 해?" 익숙한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체육학과 교수님이 서 계셨다. 4년 내내 나를 지켜봐 주신 분이었다.
"마지막 달리기요, 교수님." 내 대답에 그분은 미소를 지으셨다.
"알고 있니? 네가 이 트랙에서 보여준 끈기는 어떤 체육특기생보다 값진 것이었다."
교수님은 작은 봉투를 건네주셨다. 열어보니 'S 스포츠 브랜드 마케팅 부서 인턴십 추천서'였다. "네 경영학 지식과 운동에 대한 열정을 함께 살릴 수 있는 기회야."
아침 햇살이 완전히 트랙을 비출 때, 나는 마지막 한 바퀴를 달렸다. 무릎의 통증은 여전했지만, 이제 그것은 포기의 신호가 아니라 새로운 시작의 징표처럼 느껴졌다. 가끔은 달리기를 멈춰야만 더 멀리 갈 수 있다는 것을, 대학교 운동장은 마지막까지 내게 가르쳐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