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짝사랑: 그림자의 춤
그녀의 웃음소리는 미대 건물의 콘크리트 벽을 뚫고 내 귀에 도달했다. 정확히 일곱 번째 계단에 앉아 있던 나는 노트북을 무릎에 올려놓은 채 글씨가 아닌 그 소리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민지는 언제나 그랬듯 자신도 모르게 모두의 중심이 되어 있었다.
대학교 3학년, 같은 문학창작 수업을 듣게 된 지 벌써 한 학기가 지나가고 있었다. 봄부터 시작된 짝사랑은 가을의 낙엽과 함께 더욱 깊어졌다. 내가 그녀에게 건넨 말은 고작 수업 자료를 빌려달라는 부탁 정도였고, 그녀가 내게 건넨 미소는 모두에게 동일하게 나누어주는 예의 바른 인사에 불과했다.
"오늘 발표 정말 좋았어. 특히 결말 부분이 인상적이었어."
처음으로 건넨 용기 있는 칭찬에 그녀는 잠시 눈을 크게 떴다가 이내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 교실을 가득 채운 커피향과 그녀의 살구향 섞인 향수가 묘한 하모니를 이루었다. 심장이 위치를 바꾸어 목구멍으로 올라온 듯했다.
"고마워. 사실 너의 단편도 좋았어. 마지막 문장은 일주일째 내 머릿속에 맴돌고 있어."
그녀가 내 글을 기억한다는 사실에 나도 모르게 얼굴이 뜨거워졌다. 그날 이후 우리는 종종 도서관 카페에서 만나 문학에 대해 이야기했다. 밤하늘의 별처럼 빛나는 그녀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나는 진심을 담은 문장들을 공책에 적어내려갔다. 하지만 결코 그녀에게 보여주지 않는 문장들. 짝사랑은 그렇게 나만의 비밀 시집이 되어갔다.
학기가 끝나갈 무렵, 마지막 과제로 낸 단편소설에서 민지는 한 남학생의 짝사랑 이야기를 썼다. 나는 숨을 쉴 수 없었다. 그녀의 소설 속 주인공은 문학수업에서 만난 여학생을 짝사랑하며 그녀에 대한 글을 쓰지만 결코 보여주지 못한다. 그 모든 상황과 감정들이 너무나 익숙했다.
"혹시...이 소설은..."
강의실을 나서며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녀는 장난스럽게 웃었다.
"비밀. 하지만 내가 쓴 소설 속 그 남자는 자신의 감정을 결국 고백하지 않았어. 현실은 소설과 달라도 될까?"
그녀의 말은 가을바람처럼 스쳐 지나갔다. 대학 캠퍼스의 노란 은행나무 아래, 그림자처럼 그녀를 따라다니던 내 짝사랑은 이제 그녀의 소설 속에서 살아 숨쉬고 있었다. 그리고 어쩌면, 그녀의 짝사랑도 나의 소설 속에서 이미 시작되고 있었는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