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의 이면: 취업이라는 종착역
취업률 72%라는 현수막이 내 앞길을 가로막았다. 대학 정문에 걸린 그 숫자는 마치 나를 비웃는 것 같았다. 4년 전, 나는 이 숫자를 희망으로 바라보며 입학했다. 지금은 그저 내가 속한 통계의 일부가 될지, 아니면 나머지 28%의 실패작이 될지 확률을 계산하게 만드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김준우 씨, 학점 좀 더 올리셔야 할 것 같은데요." 진로상담실의 형광등 아래서 교수님의 목소리가 메아리쳤다. 차가운 의자에 앉아 손바닥에 밴 땀을 바지에 문질렀다. 책상 위에는 내 성적표와 함께 인턴십 지원서가 놓여 있었다. 교수님은 안경을 올리며 계속해서 말했다. "요즘 기업들은 스펙도 중요하지만 실무 경험을 더 중시하는 추세예요. 동아리 활동이나 프로젝트 경험은 있나요?"
나는 침묵했다. 학점 관리와 아르바이트로 바빴던 내 대학 생활에서 그런 '사치'를 누릴 시간은 없었다. 교수님의 한숨 소리가 내 자존감을 한 층 더 깎아내렸다.
기숙사로 돌아오는 길, 캠퍼스는 봄기운으로 가득했다. 벚꽃잎이 바람에 흩날리는 모습이 꼭 나의 계획처럼 방향성 없이 떠돌아 다녔다. 대학 4년차. 나는 이제야 깨닫고 있었다. 대학은 배움의 전당이 아니라 취업을 위한 준비 과정에 불과했다는 것을.
"야, 준우야! 정보공유 단톡방 봤어?" 룸메이트 민석이가 흥분한 목소리로 외쳤다. "이번에 S그룹 공채에 우리과 선배 다섯 명이나 합격했대. 그 중 세 명은 우리가 알던 그 스터디 그룹이래."
나는 침대에 몸을 던졌다. 창밖으로 보이는 도서관은 여전히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다. 밤 11시가 넘은 시간. 그곳에서 누군가는 여전히 취업이라는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다음 날 아침, 나는 평소보다 일찍 일어났다. 메일함을 열어보니 어제 지원한 인턴십의 자동 거절 메일이 와 있었다. '다수의 지원자 중에서...' 로 시작하는 정형화된 문장들. 하지만 이번에는 이상하게도 예전처럼 실망스럽지 않았다.
침대 밑에서 오래된 노트를 꺼냈다. 1학년 첫 수업에서 적었던 '내가 대학에서 이루고 싶은 것'이라는 제목의 글이었다. 거기엔 취업이나 스펙 같은 단어는 없었다. 오직 배움에 대한 열정과 새로운 세계를 탐험하고 싶다는 순수한 바람만 적혀 있었다.
그날 오후, 나는 평소 관심 있었지만 취업과 무관하다는 이유로 듣지 않았던 철학과 수업을 청강했다. 교수님은 플라톤의 동굴의 비유에 대해 열정적으로 설명하고 있었다. "우리가 보는 현실이 정말 진짜 현실일까요?" 그 질문이 내 마음 깊은 곳을 건드렸다.
도서관으로 향하는 길, 취업 안내 게시판 앞에 모여 있는 학생들을 지나쳤다. 그들의 불안한 눈빛이 마치 거울처럼 내 모습을 비추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제 나는 다른 선택을 하기로 했다. 취업은 목적지가 아닌,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한 수단일 뿐이라는 것을.
벚꽃이 떨어지는 캠퍼스를 걸으며, 나는 처음으로 진정한 자유를 느꼈다. 대학과 취업 사이의 좁은 통로에서 숨 막혀하던 나에게, 세상은 갑자기 넓고 깊어 보였다. 취업률 72%라는 숫자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지만, 이제 그것은 나를 정의하지 못했다. 목적이 아닌 과정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것, 그것이 어쩌면 대학이 우리에게 가르쳐야 할 진짜 교훈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