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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카페

대학교 카페의 아침: 커피잔에 담긴 삶의 파편들

대학교 카페 유리창에 맺힌 김이 흐려진 세상을 만들었다. 윤석은 그 흐릿한 경계선 안에서 안도했다. 밖은 12월, 기말고사를 앞둔 캠퍼스는 불안과 희망이 뒤섞인 공기로 팽팽했다.

"아메리카노 한 잔 더 주세요." 윤석의 목소리는 카페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재즈보다 작았다. 그의 손은 떨렸고, 노트북 화면 속 논문 초안은 완성되지 않은 퍼즐처럼 그를 조롱했다.

오늘로 정확히 3년째, 그는 같은 자리에 앉아있었다. 창가 구석, 콘센트 바로 옆 자리. 대학 4년 내내 그의 영토였다. 커피 잔 옆으로 놓인 휴대폰이 진동했다. 부모님이었다. 그는 무시했다. 졸업이 두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그에게는 아직 계획이 없었다.

맞은편 테이블에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신입생들이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아직 미래라는 무게가 자리 잡지 않았다. 윤석은 불과 3년 전의 자신을 보는 듯했다. 3년 전, 그도 저렇게 웃었던가?

"여기 자리 있나요?" 갑작스러운 목소리에 윤석은 고개를 들었다. 낯익은 듯 낯선 여자가 서 있었다. 그녀의 손에는 두꺼운 미술사 교재가 들려 있었다.

"네." 윤석은 무심하게 대답했다. 그녀가 앉자 카페의 공기가 미묘하게 변했다. 시나몬과 오래된 책 냄새.

"혹시... 2학년 때 서양문학사 수업 같이 들었던 거 아니에요?" 그녀가 물었다.

윤석의 기억 속에서 희미한 얼굴이 떠올랐다. 첫 줄에 앉아 열심히 필기하던, 질문을 많이 하던. "아, 맞아요. 민지 씨?"

"기억하네요." 그녀가 미소 지었다. "졸업 준비는 어때요?"

윤석은 잠시 머뭇거렸다. "아직 진로를 못 정했어요. 시간만 흐르고."

민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그랬어요. 지난 학기까지. 그런데 알아요? 이 카페에서 시간을 낭비하던 어느 날, 문득 깨달았어요. 우리가 정말 두려워하는 건 실패가 아니라 시작이라는 거."

그 말이 윤석의 가슴에 작은 균열을 일으켰다. 민지는 자신의 스케치북을 펼쳤다. 그 안에는 이 카페에서 보낸 수많은 시간의 기록들이 있었다. 창가에 앉은 학생들, 졸음에 빠진 교수, 첫 데이트에 긴장한 커플... 그리고 구석에 앉아 세상을 관찰하는 윤석의 모습까지.

"당신을 몇 번 그렸어요. 허락 없이 그려서 미안해요. 하지만 당신 눈에 담긴 이야기가 너무 그리고 싶었거든요."

그 순간, 윤석은 깨달았다. 자신이 세상을 관찰한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세상에 참여하지 않기 위한 변명이었음을. 카페의 창문에 맺힌 김처럼, 그는 세상과 자신 사이에 흐릿한 경계를 만들어왔다.

민지가 일어났다. "내일 4시, 미술관에서 내 첫 전시회가 열려요. 오세요. 당신의 초상화도 전시됩니다."

그녀가 떠난 후, 윤석은 마지막 아메리카노를 마셨다. 창밖으로 날리는 눈이 보였다. 그는 처음으로 그 흐릿한 경계를 지우고 싶었다. 논문을 저장하고 노트북을 덮으며 생각했다. 어쩌면 인생은 완벽한 논문처럼 끝이 있는 게 아니라, 스케치북처럼 계속해서 그려나가는 것인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