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에서 회사까지: 시간의 폭포
대학교 정문 앞에서 그는 십 년 전 자신의 모습을 마주쳤다. 분명 환각이었지만, 스물두 살의 그가 캠퍼스 지도를 들고 서 있는 모습이 너무도 선명했다. 김현우는 다시 한번 눈을 깜빡였고, 환영은 사라졌다. 모교 방문은 언제나 그를 이렇게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동창회 초대장을 받고 십 년 만에 찾은 캠퍼스는 놀라울 정도로 변해 있었다. 새로운 건물들이 솟아올랐고, 그가 밤새 공부하던 도서관은 이제 첨단 미디어센터로 탈바꿈해 있었다. 하지만 공학관 앞 벚나무 아래 벤치만은 여전했다. 그 벤치에 앉자 후각을 자극하는 봄바람의 향기가 십 년 전과 똑같이 느껴졌다.
"현우 씨!" 익숙한 목소리에 그는 고개를 들었다. 학과 조교였던 박선생님이었다. "요즘 어때? 대기업에 들어갔다면서?"
현우는 억지 미소를 지었다. "네, SK하이닉스에 있습니다."
"대단하네! 역시 우리 과 수석은 다르구만." 박선생님은 등을 두드리며 자랑스러워했다.
그날 저녁, 동창회장에 모인 친구들은 모두 성공한 사람들처럼 보였다. 화려한 명함을 교환하며, 누가 더 큰 회사에 다니는지, 누가 더 높은 연봉을 받는지 무언의 경쟁이 벌어졌다. 현우도 명함을 건넸다. '김현우 / 선임연구원 / SK하이닉스'. 모두가 부러워하는 그 명함 위에, 그가 얼마나 많은 밤을 회사에서 보냈는지는 적혀있지 않았다.
"여기 있으면 대학 시절이 그립지 않아?" 옆자리에 앉은 정태가 물었다.
현우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대학 시절, 그들은 밤새 과제를 하며 자유로웠고, 미래에 대한 무한한 가능성을 품고 있었다. 세미나실에서 열정적으로 토론하던 날들, 시험 기간에 함께 올빼미처럼 밤을 지새우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그때는 회사가 천국인 줄 알았어." 현우가 낮게 말했다.
"그래? 난 오히려 대학이 지옥이었는데. 취업 걱정에 시달리던 그 시간들..." 정태는 고개를 저었다.
현우는 웃음을 터뜨렸다. 아이러니했다. 대학생 때는 취업이라는 탈출구만 바라보았고, 지금은 그 대학 시절의 자유로움을 그리워하고 있었다. 그가 그토록 원했던 회사 생활은 또 다른 경쟁의 장이었고, 그 안에서 그는 여전히 달리고 있었다.
모임이 끝나고 캠퍼스를 빠져나오며 현우는 문득 멈춰 섰다. 스물두 살의 자신이 이 길을 걸으며 꿈꿨던 미래가 정말 지금의 모습이었을까? 대학에서 회사로 이어지는 그 길 위에서, 그는 무엇을 잃고 무엇을 얻었는지 생각했다. 손에 쥔 명함을 바라보며 현우는 깨달았다. 우리는 모두 시간이라는 폭포 아래 서 있고, 그 물줄기는 결코 거슬러 오를 수 없다는 것을. 다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 물살 속에서 가끔은 고개를 들고 하늘을 바라보는 것뿐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