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ndom.GG

대학교MBTI

대학교 MBTI: 성격 유형의 미로

나는 새 학기 첫날부터 알았다. 우리 대학교에 괴물이 산다는 것을. 그 괴물의 이름은 MBTI였다.

"안녕! 나는 ENFP야. 넌 뭐야?" 오리엔테이션 첫 시간부터 시작된 질문 폭격에 나는 식은땀을 흘렸다. 고개를 들어보니 열아홉 쌍의 눈동자가 나를 향해 있었다. 그들의 눈빛엔 묘한 기대감이 서려 있었다. 마치 내 대답 하나로 나란 사람의 모든 것을 파악할 수 있다는 듯한.

"I... ISTJ..." 내 작은 목소리에 여기저기서 소곤거림이 시작됐다. "아, 전형적인 논리주의자구나." "체계적이고 책임감 있겠네." "근데 좀 딱딱하지 않아?" 단 네 글자로 나의 모든 것이 정의되는 순간이었다. 어이가 없었지만, 이것이 대학 생활의 시작이라면 적응해야만 했다.

복도는 MBTI의 전쟁터였다. 동아리 모집 포스터에는 "ENFP, ESFP 우대"라는 문구가, 소개팅 단톡방에는 "INFJ 남자 구함"이라는 메시지가 넘쳐났다. 심지어 조별과제 매칭도 MBTI로 이루어졌다. "분석형 두 명, 외교형 한 명, 탐험가형 한 명이 이상적인 조합"이라는 교수님의 말씀에 강의실은 순식간에 인간 분류소가 되었다.

기숙사 룸메이트 민지는 자타공인 'MBTI 전도사'였다. 그녀의 침대 옆에는 16가지 성격 유형을 분석한 책이 탑처럼 쌓여 있었다. "이건 과학이야," 민지는 진지하게 말했다. "너의 ISTJ와 내 ENFP는 상극이지만, 서로를 이해하면 완벽한 균형을 이룰 수 있어." 나는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나의 논리적인 두뇌는 이 모든 것이 확증 편향에 불과하다고 소리쳤지만, 입 밖으로 나온 건 "그렇구나"라는 두 글자뿐이었다.

봄이 깊어갈수록 나는 점점 더 혼란스러워졌다. 시험 기간에 밤을 새우고, 친구들과 술자리에서 큰소리로 웃고, 때로는 즉흥적으로 여행을 떠나는 내가 과연 "ISTJ"의 틀에 갇힐 수 있을까? 민지의 표현대로라면 나는 "성격 유형의 변종"이었다.

기말고사가 끝난 후, 학과 MT에서 술자리가 무르익었을 때였다. "우리 MBTI 테스트 결과로 사람을 판단하는 거 그만하지 않을래?" 내가 불쑥 말했다. 순간 모두의 시선이 나에게 고정됐다. "넌 ISTJ가 맞아?" 누군가 물었다. "아니, 난 그냥... 윤서야. 특정 상황에선 계획적이고, 어떤 때는 즉흥적이고, 누구와 있느냐에 따라 내향적이기도 외향적이기도 해. 그런 사람."

침묵이 흘렀다. 그때 민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맞아. 나도... 사실은 매번 테스트할 때마다 결과가 달라." 그녀의 고백에 다른 아이들도 하나둘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나도 I와 E 사이를 왔다 갔다 해." "나는 연애할 때만 F가 되는 것 같아."

그날 밤, 우리는 MBTI라는 미로에서 잠시 탈출해 진짜 서로를 만나기 시작했다. 네 글자로는 결코 담을 수 없는 복잡하고 아름다운 우리의 모습을. 대학교는 어쩌면 이런 곳인지도 모른다. 우리가 정의를 벗어나 진짜 자신을 찾아가는 곳. 16가지가 아닌, 70억 가지 성격 유형이 존재하는 세상을 발견하는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