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성 데이트의 간식
허공에 멈춰 선 시계바늘처럼, 그녀는 편의점 과자 코너 앞에서 한참을 움직이지 않았다. 오늘은 첫 데이트였다. 스물일곱 해를 살아오면서 처음으로 가진 진짜 데이트. 나는 그녀가 과자를 고르는 모습을 유리창 너머로 지켜보고 있었다. 그 모습이 왜 그렇게 아름다웠는지 모르겠다.
"과자 고르는 데 15분이나 걸리는 사람은 처음 봐요."
내가 편의점에 들어가자 그녀는 화들짝 놀라며 빈 장바구니를 떨어뜨렸다. 바구니가 바닥에 부딪히는 소리가 플라스틱 특유의 건조한 울림을 냈다.
"뭐 좋아하는지 몰라서... 데이트 간식은 중요하니까."
그녀의 목소리에는 떨림이 있었다. 나는 그 떨림이 나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싶었다. 우리는 함께 과자를 고르기 시작했다. 그녀는 단 것을 좋아했고, 나는 짠 것을 좋아했다. 신기하게도 우리의 취향은 완벽하게 달랐지만, 그것이 오히려 좋았다. 마치 퍼즐 조각이 맞춰지는 것처럼.
"영화관까지 10분 남았어요. 서두르는 게 좋겠어요."
봄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우산을 하나 사서 함께 쓰는 동안, 그녀의 어깨가 내 팔에 닿았다가 멀어졌다가를 반복했다. 그 거리감이 어색하면서도 달콤했다. 가방에 담긴 과자들이 걸을 때마다 바스락거렸다.
영화관 앞에 도착했을 때, 그녀는 갑자기 발걸음을 멈췄다.
"사실... 고백할 게 있어요."
그녀의 눈빛이 흔들렸다. 내 심장도 함께.
"저... 영화 볼 때 간식 먹는 소리 너무 크게 나요. 다들 싫어해요. 그래서 늘 혼자 보러 왔었거든요."
그녀의 고백에 나는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가방에서 우리가 산 간식들을 모두 꺼내 쓰레기통에 버렸다.
"괜찮아요. 오늘은 영화가 아니라 당신이 보고 싶었으니까."
그 순간 그녀의 눈에서 빗물인지 눈물인지 모를 것이 흘러내렸다. 나는 그것을 닦아주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 물방울 속에 우리의 미래가 비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함께 고를 간식들, 함께 볼 영화들, 함께할 수많은 데이트들. 비가 오는 날에도, 해가 뜨는 날에도, 심지어 과자 소리가 너무 크게 나는 날에도.
우리는 결국 영화를 보지 않았다. 하지만 그날은 내 인생에서 가장 완벽한 데이트였다. 간식 없이도, 영화 없이도, 그저 그녀와 함께라는 이유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