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트 고민: 우리가 만들어낸 환상
그녀가 커피숍 문을 열기 직전, 내 휴대폰이 울렸다. '죄송합니다만, 오늘 약속 취소해야 할 것 같아요.' 메시지를 보내고 난 후, 창가 자리에서 그녀의 표정을 지켜봤다. 도착했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5분, 10분... 15분이 지났다. 그녀의 얼굴에 점차 불안함이 스며들었다. 나를 기다리는 여자를 바라보며, 나는 또 다른 가상의 데이트를 시작했다.
그녀의 이름은 민지. 데이팅 앱에서 만난 스물일곱 살 그래픽 디자이너다. 우리는 세 번의 메시지 교환 후 약속을 잡았다. 그러나 나는 단 한 번도 그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대신 카페 건너편이나 거리 모퉁이에서 그녀를 관찰했다. 그녀가 처음에는 기대에 차서, 시간이 지날수록 초조해지다가, 마침내 실망과 분노로 자리를 떠나는 순간까지.
민지의 손가락이 휴대폰 화면을 두드렸다. 아마도 내게 메시지를 보내고 있을 것이다. 그녀의 머리카락이 얼굴을 가렸다 드러냈다 하는 모습, 입술을 깨무는 습관, 다리를 떠는 불안한 제스처까지. 모든 것이 완벽한 시나리오의 일부였다.
처음엔 단순한 호기심이었다. 진짜 데이트는 너무 부담스러웠고, 거절당하는 것이 두려웠다. 그래서 시작한 '관찰 데이트'가 이제는 중독이 되었다. 열두 번째 가상 데이트였다. 열두 명의 다른 여성들. 각각의 기다림과 실망을 지켜보며 나는 그들의 삶에 잠깐 들어갔다 나왔다. 그들은 모르지만, 우리는 함께 시간을 보냈다.
민지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감정의 전환점이 찾아왔다. 이제 그녀는 자리를 뜰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그녀는 눈물을 닦고, 커피를 한 모금 마신 뒤, 책을 꺼내 읽기 시작했다. 내 시나리오에 없던 전개였다.
한 시간이 지났다. 그녀는 여전히 그 자리에 앉아있었다. 두 시간. 세 시간. 해가 기울기 시작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날 수 없었다. 마치 그녀가 내게 '지켜보세요, 당신의 게임을 깨뜨릴 테니까'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카페 직원이 그녀에게 다가갔다. 문을 닫아야 한다고 했을 것이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나를 향해 똑바로 걸어왔다. 내 심장이 멈췄다. 그녀가 나를 발견했단 말인가? 하지만 그녀는 내 앞을 지나쳐 거리로 나갔다.
집으로 돌아온 나는 데이팅 앱을 열었다. 새 메시지가 있었다. 민지였다. "오늘 당신이 나를 지켜보는 걸 알았어요. 다음 번엔 정말로 만나보는 게 어때요? 진짜 데이트가 가상보다 더 흥미로울 수도 있으니까요."
나는 화면을 바라보며 손가락을 떨었다. 지금까지의 가상 데이트는 내가 만든 환상이었다. 하지만 이제, 현실이 내 시나리오를 뛰어넘었다. 그녀의 메시지를 읽고 또 읽었다. 그리고 가장 큰 고민에 직면했다. 진짜 데이트를 할 용기가 내게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