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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남사친

끝나지 않은 데이트: 남사친의 비밀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봄비 소리가 유난히 슬프게 들리던 날, 나는 그와의 마지막 데이트를 준비하고 있었다. 민석이는 10년지기 남사친이자, 6개월 전부터 시작된 비밀스러운 연인이었다. 그리고 오늘, 모든 것을 정리하기로 했다.

"이번 주말에 시간 있어?" 일주일 전, 그의 메시지는 평소와 달리 조심스러웠다. 우리는 친구들 사이에서 연인 관계를 철저히 숨겨왔다. 10년간 쌓아온 우정 서클이 무너질까 두려웠던 것이다. 그런 그가 갑자기 한강에서 만나자고 했다. "중요한 얘기가 있어."

화장대 거울에 비친 내 눈가에 푸른 그림자를 살짝 얹으며 생각했다. '아마도 공개 고백일 거야.' 그와의 데이트는 항상 남들 눈을 피해 멀리 떨어진 카페나, 사람 없는 한강 벤치에서 이루어졌다. 하지만 더 이상은 안 됐다. 나에겐 이미 다른 사람이 있었으니까.

오후 다섯 시, 약속 장소에 도착했을 때 민석이는 이미 와 있었다. 평소와 달리 정장 차림이었다. 손에는 작은 꽃다발. 내 예상이 맞았다. 가슴이 무거워졌다.

"기다렸어?" 내가 물었다.

"아니, 방금 왔어." 그의 목소리는 떨렸다. "오늘 특별한 날이야."

우리는 한강을 따라 천천히 걸었다. 무거운 침묵 속에서 그는 주머니에서 작은 상자를 꺼냈다. 내 심장이 내려앉는 느낌이었다.

"이거... 내일 결혼하는 지은이 선물이야. 너의 의견이 필요해서."

순간 모든 것이 멈춘 듯했다. "결혼?"

"응, 내일... 지은이랑 결혼해. 너무 갑작스럽게 됐어. 알려주지 못해서 미안해."

지은이는 우리 친구 그룹의 일원이었다. 나는 그들이 데이트한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눈앞이 하얘졌다.

민석은 계속해서 말했다. "지은이가 임신했어... 우리 부모님들이 서둘러 결혼하라고 하셔서..."

그 순간 내가 얼마나 바보 같았는지 깨달았다. 6개월간의 데이트, 그의 다정함, 비밀스러운 만남들... 모든 것이 다른 의미를 가졌다. 나는 그저 '믿을 수 있는 남사친'으로서 조언자였을 뿐이다.

"난 네가... 우리가..."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했다.

민석은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무슨 말이야?"

그때 휴대폰이 울렸다. '은영'이라는 이름이 화면에 떴다. 내 남자친구였다. 현실이 다시 나를 덮쳤다.

그날 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이해했다. 때로는 우리가 만들어낸 환상이 현실보다 더 선명할 수 있다는 것을. 민석과의 '데이트'는 내 머릿속에서만 존재했던 것이다. 마치 그림자와 춤을 추듯이.

다음 날, 민석의 결혼식에 참석했다. 축하 메시지를 전하며 미소 지었지만, 내 마음 한편에선 여전히 질문이 맴돌았다 - 과연 우리의 관계는 무엇이었을까? 모든 남사친과 여사친 사이에 그려지는 보이지 않는 선은, 결국 누구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것일까?